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29일] 장미란, 김연아 그리고 경기도

요즘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회색이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 균형을 잃은 경제구조, 지방자치의 급작스런 퇴조증상 등이 2008년 가을을 맞는 경기도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연초 경기도가 제대로 된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는 줄 알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가 비상구 찾아서 나가나”로 시작한 규제개혁의 봄바람은 수도권 규제혁파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 정부의 경제발전정책 발표내용은 경기도민과 기업인들의 기대를 산산조각내 버렸다. 경기도 경제는 이제 장년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한 걸음마를 떼나 했는데 정부의 각종규제는‘성장억제 호르몬’이 돼 경기도에‘성장통’의 기회마저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기도 주변 여주~원주, 안성~천안, 이천~청주에는 규제의 그늘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역류현상이 서해바다를 막아 대중국 물류의 ‘소통’마저 막을까 걱정이다. 사실 경기도는 규제의 백화점이다. 오죽하면 경기도는 규제지도를 만들었을까. 누구를 만나든 규제의 아픔을 호소하기 위한 자료다. 그린(green)없는 그린벨트가 농로를 경계로 ‘규제의 담장’을 치고 있다. 수돗물 관리를 위해 피 말리는 규제를 감내하고 있다. 공업용지 물량공급제도, 물류총량제도는 우리 기업의 발목과 허리, 그리고 어깨까지 조르고 있다. 16조3,000억원이 수도권 규제라는 ‘수면제’에 취해 잠자고 있다. 일자리 7만6,000개의 손발이 묶여 있다. 투자재원의 흐름과 풍선 속 공기와는 다르고 기업인은 손익계산서를 머릿속에 넣고 사는데 말이다. 경기도를 규제해서 타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논리 앞에 경기도민과 기업인은 할 말을 잃고 있다. 경기도민은 뿔났다. ‘신지못미’다. 경기도가 신규 투자할 기업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타까운 일은 더 있다. 공장을 지으면 인구수가 늘어난다고 규제하는 국토해양부 청사의 다른 층에서는 경기도 땅에 대규모 아파트 건립 후보지를 발표한다. 그래서 김포에, 오산에 택지가 개발된다 하고 화성 동탄은 이미 미국의 마천루가 됐다. 오죽하면 과거 민선 도백이 ‘건설부 직원 70%가 경기도를 규제하기 위해 일한다’고 했을까. 이제는 ‘국토해양부 공무원 90%가 비수도권을 위해 일한다’고 해야 하나. 행정안전부는 어떠한가. ‘안전부’에서 지방자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으로 정한 의정비를 위아래로 눌러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지방의원들에게 일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광역단체인 도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현재 16개인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230여개 시ㆍ군ㆍ구를 60~70개로 줄여 말 잘 듣는 ‘마마보이도시’, 밥만 잘 먹는 ‘바보도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현재 수준의 균형 발전마저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많은 석학들이 21세기 지방행정은 효율성을 지나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발상으로는 ‘주식회사 장성군’도 ‘혁신의 파주시’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무덥던 여름 베이징을 시원하게 들어올린 장미란에게 중학생 체육복을 입힐 수 없다. 올 겨울을 뜨겁게 열광시킬 김연아에게 두터운 2XL 동복은 더더욱 입힐 수 없다. 이제 장미란이 신기록을 연이어 들어올리고 김연아 선수가 세계 무대를 선도하는 첨단테크닉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감독이 있어야한다. 선수에게 무조건 훈련만 시키는 감독은 필요하지 않다. 함께 대화하고 장점을 찾아내는, 그리고 노트북을 잘 다루는 ‘IT코치’가 장미란ㆍ김연아, 그리고 경기도에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경기도를 뒤덮고 있는 규제의 검은 천을 벗겨내고 창의와 혁신의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올림픽과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이해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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