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6월 16일] 멘토를 육성하자

2년 반 동안 밤에 시간을 쪼개 다녔던 대학원 졸업 시험을 며칠 전에 치렀다. 회사 업무와 병행하느라 힘든 적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부족한 제자를 이끌어주신 지도 교수님께 “책거리 해야 된다”는 핑계를 삼아 찾아 뵙고 따뜻한 식사 한끼를 대접했다. 어찌 식사 한끼에 고마운 마음을 다 담을 수 있겠느냐만은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스승을 또 한분 모시게 된 셈이다. 누구에게나 평생 고마운 스승이 한 분씩은 있을 것이다. 개구쟁이 꼬마가 삐뚤어질까봐 노심초사하시고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도 묵묵히 보듬어주시던 분, 우리 기억 속의 스승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다름 아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기원전 1,200년께 오디세우스왕은 트로이전쟁에 출정하면서 친구 멘토르(Mentor)에게 아들 텔레마쿠스의 교육을 맡기고 떠난다. 멘토르는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친구로서 성실하게 양육한다. 10여년 후 전장에서 돌아온 왕은 지혜롭고 능력 있는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을 보고 멘토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 ‘멘토’다.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로서가 아니라 스승처럼 지혜와 신뢰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안내자를 뜻한다. 최근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무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OJT(On-the-Job Training)를 넘어서 직장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성적으로 양육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기업을 보면 뜻밖의 경우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CEO)나 핵심 인력이 기업을 떠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거나 일관된 사업이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기업의 노하우와 역량이 특정인에게만 편중되거나 비전과 문화가 충분히 내재화되지 못한 까닭이다. 위대한 경영자로 추앙받고 있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재임기간 중 3분의1을 후계자 선정과 육성에 할애했다. 그 결과 GE는 웰치의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이만큼 멘토링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예가 또 있을까. 멘토링이 한국 IT 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의 희망찬 연착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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