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 대통령의 '승부수'

'새 정치구도' 언급은 `개헌' 관측도

2002년 8월초 16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여름 뙤약볕 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무렵, 당시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는시사평론가 유시민(柳時敏)씨의 여의도 사무실을 불쑥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 노 후보는 60%까지 치솟았던 거센 노풍(盧風)이 시들어 가면서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던 시절이었다. 노 후보는 "유시민씨 아무래도 노무현 시대는 안 올 것 같애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인 유 평론가는 "여당 후보가 너무 담담하게 마치 남의 일얘기하듯 그런 얘기를 하는 것에 너무 놀랐다"고 회상했다. 유 평론가는 "노풍은 단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고 파도다. 노무현 시대가 이번에 안온다 해도 다음 파도는 다시 밀려오게 돼 있다"며 노 후보를 위로했다고 한다. 노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제 밖으로 나와서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인 평전을 준비중이던 유 평론가는 이후 노 후보 지원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 한다. 국민대 김병준 교수, 함세웅 신부,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씨, 문재인 변호사등과 함께 `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활동'을 선언하고, 이어 그달 말에는 사실상 자신의 주도하에 개혁당 창당을 공식화 했다. 그해 가을 노 대통령은 당내 반노(反盧) 진영의 탈당 등 최악의 여건에서 자신보다 지지율이 앞서 있던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전격제안하면서 승부수를 던진다. 그로부터 대략 3년후인 2005년 초여름.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제안했다. 지지율 20%대의 대통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도 했다. 여당의 지지율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내에서조차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공개적인 성토가 나오고 있다. 민생을 챙기고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야 할때에 왜 난데 없는 지역주의 타파 명분의 대연정이냐는게 여당내상당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호남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 되면서 당내에서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30일 여당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나는 이것 저것 어떤 선택이 맞는지 잘 판단이 안서면 항상 손해보는 쪽으로 선택을했는데 결국 그것이 손해를 보는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최대 기득권인 권력 포기도 가능하다고 선언한 만큼 여야 정치권도 자신들의 지역주의 기득권에서 벗어나라고 거듭 경고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열의 아홉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진정성' 행보가 계속되면서 반발 만큼이나 그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친노직계그룹을 중심으로 대연정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캠페인이 9월 중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3년전 대선전 당시 `노무현 상병 구하기'와 흡사한 형국이다. 한 여권 핵심인사는 "어려울때 일수록 정면승부를 거는 노 대통령의 기질에 많은 사람들이 질려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했던 대연정이나 선거제도 개편이 이제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자리매김되지 않았느냐. 이미 노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 시작 즈음에 던진 이 승부수의 성패 여부는 아직단정하기 어렵다. `연정'을 수단으로 노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종착역, 즉 `새로운 정치문화.구도세우기'가 어떤 식으로 구체화 될 것인지, 그리고 카운터 파트인 한나라당 내부의복잡한 역학구조와 대응 방식, 여권내의 반발 기류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여당의원 간담회에서 "내가 생각하는 목표는 있다"며 "그런데 내가받을 것을 먼저 이야기하면 되겠는가. 줄 것을 먼저 제안하고 받을 것을 나중에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최종 `목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다. 현행 헌법하에서의 `책임총리제' 강화, `조기 대선.총선 실시론' 등등.. 그러나 `근본적인 정치 문화.구도의 개편'이라는 노 대통령의 화두로 미뤄볼때결국 모든 것이 개헌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정치권의 빅뱅으로 연결되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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