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은행 1%P 기준금리 인하 배경

"경기 급속악화 막자" 초강수… 2~2.5%대 추가인하 가능성<br>"소극적" 시장비난 벗어나 위기 적극대응 의지 천명<br>"너무 내리면 유동성 함정… 2%대가 마지노선 될듯"


한국은행이 1%포인트 금리인하라는 충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경제성장을 어떡해서든 늦춰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여기에 소극적 대응이라는 정부와 시장의 비난에서 벗어나는 한편 향후 위기국면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한은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왜 파격 인하했나=한은이 사상 최대폭의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및 수출 동반 부진에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내년 경제성장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수는 주가ㆍ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재판매의 경우 2004년 1월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감소와 경기침체로 기업의 설비투자는 9월 7.1%에서 10월 -7.7%로 곤두박질쳤다. 수출은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달 -18.3%로 대폭 감소세로 돌아섰고 금융시장은 기업신용이 악화되면서 자금줄이 막혀버렸다. 고용도 2개월 연속 10만명을 밑돌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4ㆍ4분기에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 전년 동기 대비 1%대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2% 안팎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성태 총재 역시 “우리 경제가 상당 기간 아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결국 큰 폭의 금리인하를 통해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기업 및 가계의 금융부담을 덜어줘 궁극적으로 실물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려는 게 한은의 의도다. 이 총재는 “경제여건이 몇 달 새 급속도로 나빠졌고 앞으로도 좋아지지 않을 게 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몇 번에 나눠 가기보다 이에 맞는 과감한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 내릴까=현재로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 분명해보인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나갈 것”이라며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까. 시장의 전망은 2~2.5%대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상반기 내 2% 중반까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 중반대를 예상했지만 워낙 경기가 빠르게 냉각돼 2% 초반까지도 가능해보인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ㆍ바클레이스캐피털은 2.5%를, 스탠다드차타드와 드레스너클라인워트는 2.0%의 금리수준을 점쳤다. 한은 역시 2% 초중반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기준금리가 이 아래로 떨어지면 유동성 함정에 빠져 제대로 된 금리정책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수준까지 가면 안 된다”며 “하지만 3%는 아직 그 정도 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적절한 금리는 자국의 형편을 고려해야지 남의 것을 무턱대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미국ㆍ유럽처럼 제로금리나 1% 금리까지는 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 용어설명 ◇유동성 함정이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상태로 지난 1920년대 세계 대공황 때 돈을 풀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음에 따라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기한 학설이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고 기업들이 투자를 연기하면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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