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증 유감

[로터리] 보증 유감 김규복 코딧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보증(保證)은 어렵다. 빚보증은 더 어렵다. 보증을 서주기도, 보증을 받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증은 부모 자식 간에도 안 서준다는 말이 있다. 보증 한번 잘못 섰다가 평생을 한탄하며 그늘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그러기에 보증을 잘 서주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받기 일쑤다. 이런 보증을 업(業)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보증기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빚보증 서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에 대해 “그렇다”라고 간단히 답하기도 어렵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다. 이는 아마도 신용보증기관이 그 정체성을 아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설명하기도, 해주기도 어려운 게 보증이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한편으로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요즘 ‘뉴하트’라는 의학드라마가 화제라고 한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평가와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사람의 생명 곧 심장을 살려내기 위해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전투병처럼 비장하고 치열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편향되고 일방적인 환자의 입장에서 이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시각으로 의사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보증기관은 태생적으로 항상 협공을 감수해야 한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왜 충분한 보증지원을 해주지 않느냐”는 질타와 함께 “왜 과다한 보증지원으로 기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느냐”는 야속한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뉴하트’를 보면서 그나마 드라마를 통해 그들의 실상과 애환이 널리 이해되고 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내심 부러워진다. 신용보증기금이 종합병원 응급실이라면 그에 종사하는 금융전문가들은 흉부외과 전문의라고 할 수 있다. 감별사와 같이 옥석을 가려내는 신용조사 전문가의 안목, 1%의 성장가치도 소중하게 여기는 신용평가 전문가의 분석능력,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심장에 신선한 피를 수혈하는 정책자금의 진정한 가치를 높여주는 중소기업 정책금융 전문가의 역량과 자세, 그리고 열정을 지금도 응급실에서 땀 흘리고 있을 그들에게 감히 견주고 싶다. 보증기관이나 ‘보증’의 실체와 진실이 드라마처럼 단기간 내에 온 국민들에게 보여 질 수는 없겠지만, 꺼져가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뉴 하트’의 흉부외과 의사들처럼 애정과 기대로 바라봐 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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