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을 옆에 두고 가시밭길로 간다면서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벤처 1세대로서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메시징 통합서비스 전문업체인 인포뱅크의 박태형(49) 사장. 박 사장은 외국계 은행인 뱅커 트러스트 한국 지점에서 11년을 근무했던 '금융통(通)'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 분야에서도 명성이 높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하며 흔히 말하는 '정통 엘리트 코스'를 거친 것. 그러나 그는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인생을 금융업에 '올인(all-in)'하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고. "긴 인생을 '돈' 생각만 하다가 마감하기엔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나 자신이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길, 즉 '인생의 돌파구'가 필요했지요." 박 사장은 당시 외국계 기업들이 의뢰한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기업이나 아이템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각광 받고 있던 IT 업종이 국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또 당시 삼성SDS에서 벤처 비즈니스 팀장으로 있던 친구인 장준호 부사장까지 설득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고동락(同苦同樂)'한 13년 지기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은 지금도 한 방에서 직무를 보며 박 사장은 영업 및 대외 활동을, 장 부사장은 기술개발 및 연구에 몰두하며 회사 살림을 함께 맡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게 처음 기대만큼 순탄할 리는 없을 터. 95년 창업 당시 2억원의 적지 않은 자본금을 갖고 시작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증자를 하면서 수억원의 돈을 더 쏟아 부어야만 했다. 게다가 창업 당시가 박 사장이 37살 늦은 나이에 장가를 가서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만큼 가족들의 반대와 불안도 컸다. 박 사장은 "은행에서 받던 고액 연봉이나 여러 가지 환경을 생각하면 사업가의 길이라는 게 돈 걱정과 시간 걱정에 쫓기는 힘든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면서 "그러나 벤처 1세대라는 자부심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선구자라는 사실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죠"라고 강조했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선보인 버스안내시스템이 서울시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300억원이상의 매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등 성공 가도를 예상케 했던 것.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앞에서 장사는 없었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무기 연기하면서 20억원에 달하는 적자까지 떠안았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위기의 순간 박 사장은 버스안내시스템 구축 당시 적용된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무선데이터 통신망'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내 단문메시지서비스(SMS)라는 아이템을 창출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때의 어려움이 설립 이후 11년이 지난 현재 인포뱅크를 이 자리에 오게 한 주춧돌이 되었습니다"며 밝게 웃는 박 사장. 지난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도 상장되면서 명실공히 업계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울러 통합 메시징 브랜드 'M&'을 통해 국내 최초 메시징 브랜드화를 선언하며 '제2의 도약'을 시작한 인포뱅크는 '디지털TV 메시징 서비스'라는 신(新)성장 동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박 사장은 "대한민국 휴대폰 소지자 대부분이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메시징 서비스의 직ㆍ간접적인 수혜자라고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면서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시징서비스 전문기업 ●인포뱅크는 메시징 서비스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1995년 6월 설립된 인포뱅크의 주력 사업은 모바일 메시징 사업. 이 회사 MT(Mobile Terminated)서비스는 PC에서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기존 휴대폰에서 휴대폰으로의 메시지 전송이 제한적이고, 대량 발송의 한계를 안고 있어 인포뱅크가 설립 초기 이동통신업체에 제안해 채택된 서비스다. 현재 2,500여개 기업 고객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의 기업용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인포뱅크의 두 번째 주력 사업인 MO(Mobile Originate) 서비스는 휴대폰에서 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방송ㆍ전광판ㆍ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로의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MO 서비스의 특허권을 인정 받아 MO서비스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업계 최초로 브랜드 개념을 도입, 통합 메시징 서비스 브랜드 'M&'을 내놓으며 메시징 서비스 넘버 원 자리를 굳힘과 동시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