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민심은 정직한 자의 편

-申 正 燮 (사회부 차장)고급옷 로비 사건 때 나온 「비 올 때는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럴싸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우산」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산 으로 가릴 정도의 비가 아닌 것이다. 고급옷 뇌물사건에 이은 대검 공안부장의 대낮 폭탄주와 조폐공사 파업공작, 법무장관 해임, 노조파업 등 우리 사회의 기강을 흔드는 「폭우성 사건」이 연속되고 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폭우」에 우산은 무의미하다. 폭우에는 「안전가옥」에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일반 국민들이 위기시 피할 수 있는 안전가옥은 바로 정부다. 그런 정부가 국민들에게 피신처 제공은 커녕 비 그것도 폭우를 쏟아내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절망은 더 깊다. 지금의 정부는 「준비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이제 절망속으로 추락하고 있는 위기감을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여권은 이 위기상황 속에서 「말바꾸기」와 「뒷북치기」「네탓공방」의 3박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안타깝기만 하다. 옷 로비 사건에도 불구, 법무장관의 유임이 결정됐을 때는 「원칙있는 결단」이라 했다가 파업유도 발언으로 전격해임이 되자 「시기만이 문제였지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또 공동여당은 합동의총과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작금의 위기는 모두 정부책임』이라며 책임떠넘기기와 뒷북치기만 계속하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도 없고 오직 땜방식「말잔치」와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정부와 여당의 상황인식이 이 정도라면 위기탈출은 요원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도대체 옛날 보다 나아진 것이 무엇이고, 나아질 희망은 있는가」란 탄식과 함께 민심의 절망은 끝이 없다. 이런 민심은 곧 달러가방을 도난 당하지 않았다는 도지사의 말 보다 그 가방을 훔쳤다는 도둑의 말을 더 믿게 한다. 또 옷 뇌물 사건 자체 보다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미적거림과 장관 사모님 모시기에 더 분노했다. 아울러 『노조파업유도는 없었다』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 보다는 『예상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조폐공사 노조관계자의 말에 솔깃해 하는 것도 바로 정직하지 못한 정부의 자업자득으로 보인다. 어쨌든 늦었지만 정부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파업유도」에 대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노동계와 국민들의 여망 즉 『어떻게 된 것이냐』는 사건의 진실규명에 정부와 여당은 정직으로 임해야 한다. 정권자체의 위기로까지 말해지는 상황에서 이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진실」로부터 새출발을 해야 한다. 실타래처럼 얽혀들고 있는 의혹과 불신의 「폭우」를 막을 안전가옥은 바로 「진실」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국민의 안전가옥인 정부가 쥐고 있다.진실과 정직으로 국민을 대할 때 비로소 민심은 정부를 안전가옥으로 믿게되고 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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