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저(低)인플레이션 하에서의 통화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인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중앙은행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 향상 등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낮아지는 현상이 확산됐다"면서 "당분간 과거와 같은 고물가 현상은 재현되지 않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어 "2001년 초부터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크게 낮췄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유동성이 과다공급돼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수반됐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경제 불균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이 급증해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지금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설명했다.
그는 또 "저인플레이션 하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능력이 제약될 수 있다"면서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돼 명목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침체시중앙은행이 금리정책 수단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저물가.저금리 기조하에서 금리에 대한 실물경제의 민감도가변화할 수 있고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져 인플레이션 압력에 둔감해질 우려가 있다"며 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콜롬비아대의 미시킨 교수는 기조연설문에서 "저인플레이션 환경을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하며 명목기준지표로서 `물가안정목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오벌린대학의 케네스 커트너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저인플레이션 하에서는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정책수단인 단기명목금리 조정으로는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채권시장 개입 등을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일본의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보다는 금융감독.규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자산가격 상승이 투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경제구조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적기에 판단하기 어렵고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거품을 억제할 수 없다고 이토 교수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