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리처드 펄드 리먼브러더스 회장겸 CEO

모기지 손실 '눈덩이'… 안팎서 사임 압박<br>94년 분사 이후 첫 적자에 월가 발칵 뒤집혀 "제2 베어스턴스 될수도" 우려감 갈수록 팽배<br>LTCM사태등 극복 공로 불구 리더십 시험대에



지난 10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에린 캘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황급히 리처드 펄드(62)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녀는 “시장이 저(CFO)를 신임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루전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냈고, 올해 2ㆍ4분기(3~5월)에 28억 달러의 손실을 낼 것이라고 공시했다. 리먼이 1994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분사함과 동시에 기업을 공개한 이래 첫 적자였다. 뉴욕 월가가 발칵 뒤집혔다. 석달전에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해 JP모건에 헐값으로 넘어간데 이어 보수적으로 경영하는 유태계 투자은행마저 파산하는게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했다. 실적 고백이 나가자 다음날 리먼브러더스의 주가는 9%나 폭락했다. CFO가 나서서 60억 달러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다고 했지만, 시장 사람들은 믿질 않았다. 그날 저녁 30년 지기이자 러먼브러더스의 사장을 맡고 있는 조지프 그레고리(56)가 펄드 회장을 찾아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두 사람을 고민했다. 결론은 회장은 살아남아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를 살리고, 친구인 사장은 물러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날 러먼브러더스는 CFO와 사장을 경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월가의 관심은 오른팔과 왼팔을 잘라가며 외로이 투쟁하는 펄드 회장이 과연 리먼을 살릴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펄드는 물러나야 하고, 150년 역사의 투자은행의 주인이 바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리먼은 올들어 이미 80억달러를 조달했다. 다시 60억 달러의 자금 수혈에 나선다는 사실만으로 리먼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사정을 보여준다. 미국 내에서 60억달러의 자금 모집이 여의치 못해 산업은행 등 한국 금융 기관들에까지 손을 벌리면서 리먼의 자존심도 구겨졌다. 펄드는 “분기 실적이 매우 실망스럽지만 지난 3월 이후 재정상태가 호전되고 금융시장 상황도 좋아졌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펄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펄드는 지난 1994년부터 15년간 리먼의 CEO로 일해왔지만, 지금은 안팎으로 사임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인터넷 매체인 마켓워치는 최근 “실적 악화가 리먼의 피인수 가능성을 높이면서 CEO인 펄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먼은 증권업, 투자은행업 등에 진출하려는 사모투자회사나 헤지펀드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블랙스톤그룹, 블랙록 등을 비롯해 베어스턴스 인수에 나선 적이 있던 JC 플라워스 등이 리먼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펄드가 리먼의 경영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평가한다. 이들은 펄드가 지난 1998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등 숱한 금융위기 국면에서 리먼을 구한 공로가 인정되지만, 지금의 위기는 그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에건 존스사의 션 에건 대표는 “리먼은 대규모 모기지 채권과 기업 차입매수(바이아웃) 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며 “이런 일들은 모두 펄드 재임 시절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펄드도 리먼을 살리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2ㆍ4분기에 1,30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는 크지만 자본 시장이 회복될 경우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모기지 자산을 너무 많이 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모닝스타의 라이안 렌텔 애널리스트는 “리먼은 베어스턴스와 달리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할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다”며 “인수가 등이 만족한 수준이 아니라면 굳이 매각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WSJ는 16일 현재 리먼의 상황에 대해 “리먼 투자자에게 좋은 뉴스는 리먼이 베어스턴스처럼 순식간에 위기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고, 나쁜 뉴스는 리먼이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펄드는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나 콜로라도대학에서 문학사를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다. 1969년부터 리먼에서만 일한 그는 지난 1994년 리먼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분사된후부터 줄곧 CEO를 맡아왔다.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사, 로빈후드 재단 이사,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비지니스위원회의 멤버 등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예술작품 수집에도 열성적이어서 지난 2005년과 2006년 문화 관련 잡지인 아트뉴스매거진이 선정한 예술작품수집가 200인에 뽑혔다. 재산도 상당하다. 최근 발표한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펄드는 미국에서 374번째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6년 연봉은 4,050만달러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04년에는 플로리다주 주피터아일랜드에 위치한 1,300만달러의 고가 주택을 구입했다. 펄드에게는 ‘고릴라’, ‘디지털마인드 트레이더’ 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고릴라는 터프한 스타일 때문에, 디지털마인드 트레이더는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기계처럼 결정을 내린다고 부쳐진 닉네임이다. 그는 스쿼시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리처드 펄드 약력 ▲1946년 뉴욕 출생
▲1969년 콜로라도대 졸업(문학사)
▲1969년 리먼브러더스 입사
▲1973년 뉴욕대 경제학 석사 취득
▲1969~1984년 리먼브러더스 이사
▲1984~1990년 리먼브러더스 부회장
▲1994년~ 리먼브러더스 회장 및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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