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원확보가 최대관건

정부 세출 구조조정등 통해 마련<br>예산편성 과정서 손질 불가피<br>정년보장은 재계와 갈등 예상


7일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이 제대로 실효성을 거두려면 당장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230개 사업, 2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시 이번 계획을 우선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출구조 조정과 과세기반 확충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즉 실효성이 낮은 사업 등을 과감히 솎아내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서 없는 예산을 쥐어 짜내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향후 매년 예산 편성과정에서 기본계획에 크고 작은 손질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를 비롯, 총 18개 부ㆍ처ㆍ청 소관의 230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행정력의 집중 문제도 동시에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 이 같은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과연 가임기 젊은 여성들의 마음이 움직일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매우 불투명하다. 정부도 기본계획에서 저출산 문제를 유발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밝히고 있듯 무엇보다 국내 경제의 소득ㆍ고용 안정화 기반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이 같은 전제 없이 매달 보육료를 수십만원씩 더 지원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조금 더 늘린다고 해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리는 만무하다. 이와 함께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기본계획에 담긴 정책의 태도는 “저출산ㆍ고령사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고령사회 대책 부문에서는 재계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사업들이 내포돼 있어 오히려 재계의 반발마저 예상되고 있다. 예컨대 대부분의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고령자를 중심으로 하는 집중적인 구조조정을 펼쳐 정년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상당수 기업들이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법적 권고연령보다 크게 낮은 55~57세에서 정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계획은 정년보장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연령차별금지 법제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60세 정년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태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게 기본계획이 그리고 있는 큰 틀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바라는 기업과 고령자의 지속적인 근로활동을 유도하려는 정부간 상충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다음주께 이번 시안을 심의하게 될 ‘저출산ㆍ고령화대책 연석회의’에는 경제 5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의견수렴 과정에서 적잖은 내부 진통도 예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 변양균 장관 "32兆 재원마련 문제없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보건복지부가 저출산ㆍ고령화대책 추진을 위해 5년간 3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국가재정 운용상 무리한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부처의 정책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복지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추진을 위한 5년간 32조원은 국가재정 운용계획상에도 무리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현재 복지부와 국민연금 등과 관련해 적절하게 걷고 적절하게 배분하자는 데는 의견일치를 본 상태"라면서 "매년 복지예산으로 투입되는 규모는 15조원 정도이며 5년간 32조원 규모이면 1년에 5조원가량이라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세출 구조조정인데 흔히들 추가 재원 마련이라고 하면 기존의 것에 덧붙여지는 부분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복지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드시 세금을 더 걷어 추가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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