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21일] 나눔의 약속

“성공을 거둔 기업가는 부(富)를 사회에 돌리고 또 세계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의무를 강조한 빌 게이츠의 말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 규모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기업마다 편차는 있지만 최근 많은 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는 사회공헌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고 친근한 이름을 딴 봉사단이 활동 중인 기업도 많다. 예전에는 연말 연시쯤 복지시설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직원들과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어려운 현장을 찾아가 연탄을 나르거나 집 짓는 작업을 돕고 환자를 수발하는 활동이 익숙한 모습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국내 202개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총지출액은 1조8,0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2005년에 비해 무려 4,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또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세계적인 사회공헌활동 캠페인인 ‘1% 클럽’에서는 사회공헌지출기준을 기업 경상이익의 1%로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193개 기업은 경상이익 대비 2.7%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생명보험업계도 최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학이나 기부사업과 함께 환자들을 무료로 간병해주는 간병봉사단, 아동보육시설 건립,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학술연구 등 공익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생보업계 공동으로 2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사회공헌에 활용하기로 합의를 한 바 있다. 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뜻을 같이해 수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은 해외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물론 사회공헌에 지출하는 금액만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많은 출연금액이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공헌은 이익추구를 위한 기업활동과 분리돼 움직이지 않는다. 윤리적인 기업경영이 전제돼야만 사회공헌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있고 소비자의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공익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온 생명보험업계가 거액을 출연해 사회공헌활동을 약속한 것은 보다 윤리적인 경영, 보다 고객 편에 선 기업활동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투명한 기업활동과 정직한 상품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일 바로 이것이 사회공헌의 출발이 아닌가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