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석유시장 발빠른 움직임

"이라크戰 종결 이후를 미리 대비하자"유엔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결의하고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입국이 임박,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 석유시장에선 벌써부터 이라크 사태 해결 후를 전제로 시장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산유국들은 이라크에 대한 금수조치(엠바고)가 풀려 석유공급이 증가할 경우를 대비, 석유주도권 확보를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소비국들은 종전 후 가격 하락에 대비, 비축유를 사용하면서 수입을 지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 사태 종결 후를 대비한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최근 한달여 사이에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런던 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이 배럴당 23.21달러로, 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라크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때 배럴당 30달러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6주 사이에 20% 이상 하락했다. 최근 유가 하락이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단 수용으로 전쟁 시기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해석이 있지만, 실제로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 산유국들이 종전후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석유시장 분석기관인 에너지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국제석유시장에 배럴당 100만 배럴의 석유가 추가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산유국들이 쿼터량보다 10%정도 과잉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은 내년초에 미국의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정부가 붕괴되고, 이라크산 석유가 국제시장에 풀릴 가능성을 전제로, 기존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석유를 많이 팔아야 한다는 장사속도 개별 산유국의 증산을 자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주요 소비국의 최근 석유비축량은 정상 수준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비국들이 비상시의 공급 애로에 대한 우려보다는 장기적인 유가 하락을 전제로 비축유를 우선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는 지난 90년 걸프전에 앞서 하루 5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이었으나, 패전 이후 이라크 국민의 생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생산이 하루 150만 배럴로 제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2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의 원유 생산이 정상화될 경우 하루 700만 배럴 생산의 사우디에 버금가는 물량이 국제시장에 쏟아지고, 유가는 배럴당 20 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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