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입성 열렬한 환영… “굿 굿 부시”연호도
사담 후세인 정권이 사실상 몰락한 9일, 바그다드는 거대한 환희의 물결로 출렁댔다.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고 “사담 후세인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미군 병사들을 끌어안기도 했다. 길을 지나는 차량들도 일제히 경적을 울려 `해방구`를 뒤덮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바그다드의 변화된 분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 곳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피르도스 광장이었다. 시민들은 광장으로 진입하는 미군들을 향해 `굿 굿 부시`를 연호하거나 꽃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열렬히 환영했다. 이들중 일부는 1991년 걸프전쟁 이전에 사용되던 구 이라크 국기를 흔들면서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자축하기도 했다.
광장을 메운 시민들중 몇 명은 미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호텔 앞 광장의 20피트 높이의 사담 후세인 동상에 기어올라가 해머로 동상의 얼굴을 두드리고 밧줄을 목에 걸어 끌어당겼다.
이를 지켜보던 미해병들도 손을 보탰다. 미 해병대원 한명이 동상의 얼굴에 성조기와 구 이라크 국기를 얼굴과 목에 거는 상징적 제스처를 취한 후 목에 걸린 밧줄을 장갑차에 연결시켜 동상을 쓰러뜨렸다. 어린이들을 포함한 이라크 주민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동상 잔해나 동상에 세워졌던 받침대 대리석을 망치로 조각 내는가하면 머리부분을 길거리로 끌고 다니며 신으로 지근지근 밟아댔다.
후세인의 대형 초상화를 들고 거리로 나온 한 명의 시아파 남성은 “바로 이 자의 잘못으로 200만명의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신발로 초상화를 두드려 댔다. 신발로 얼굴을 때리는 행위는 아랍권에서는 상대에 대한 최대의 모욕으로 간주된다.
시민들은 또 비밀경찰 본부에 진입, 벽에 걸린 4개의 사담 후세인의 초상화를 갈갈이 찢어 불에 태웠다. 한편 레바논 TV뉴스는 8일 바그다드 중심부의 주민들이 식품을 구입하고 삼삼오오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바그다드 주민들이 벌써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ITN의 한 기자는 바그다드 함락 수시간 후의 동태를 `축제와 약탈, 주민간의 보복행위가 공존하는 혼돈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