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계의 '우는 소리'도 듣기를…

“연초부터 고유가와 환율하락, 외국과의 통상분쟁 등 주변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조세부담까지 크게 늘어날 것 같고…. 올해를 또 어떻게 넘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올해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렇게 넋두리부터 늘어놓았다. 그는 “더욱이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자칫 정치논리에 경제가 휘둘리면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잔뜩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요즘 재계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새해 벽두부터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환율급락 등으로 경영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또 하이닉스에 대한 일본의 대규모 상계관세 부과 움직임에서 보듯 한국기업 견제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이 116개 기업에 대한 표본 세무조사 방침까지 밝히자 재계에서는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을 위해 기업을 갈수록 더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경제5단체장 회의는 최근 재계의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5단체장은 이례적으로 비장한 톤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최소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가능하도록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X파일 사태 등으로 행여 반기업정서가 높아질까 좀처럼 비판을 자제해왔던 재계의 달라진 움직임은 기업의 최근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는 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일각에서 양극화 해소를 내세운 분배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 재계 신년 인사회에서 “재계에 우는소리 좀 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정작 울어야 할 주체는 여전히 기업들인 것 같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재원조달이나 일자리 창출보다는 투자활성화 및 규제철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재계의 ‘우는소리’를 먼저 귀담아듣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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