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동성 공급은 '진통제'… 근본처방 못돼

■ FRB, 신용위기 추가대책 시사<br>"공급액 적은데다 대상도 한정" 지적 잇따라<br>"월가 금리인하 기대치 낮추려는 포석" 분석도<br>주택시장 불안 지속되는한 신용위기 이어질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적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일단 시장불안의 급한 불은 껐지만 신용위기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FRB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증권담보 국채대출 시스템(TSLFㆍ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에 대해 뉴욕 월가는 화끈하게 주가를 밀어올리며 환영했다. 하지만 월가의 전문가들은 FRB의 이번 조치가 반짝 효과를 거둘 뿐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조치가 위험자산 기피현상으로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는 금융시장의 갈증을 잠시 잊게 하는 진통제일 뿐 신용위기의 본질인 모기지 부실의 화근까지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과다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월가의 기대수위를 낮춰 오는 18일로 예정된 금리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월가에서는 마진콜(margin call) 공포가 덮치자 FRB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18일 FOMC 이전이라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물가상승 압력까지도 동시에 챙겨야 하는 FRB로서는 이런 월가의 높은 기대치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18일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이 전날 100%에서 60%로 떨어졌고 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사라졌다. FRB가 이번에 도입한 TSLF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담보로 현금과 마찬가지인 미 재무부채권(TB)을 빌려주는 유동성 공급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극심한 마진콜을 받고 있는 모기지 채권을 국채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기존 시스템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월가 금융기관의 1ㆍ4분기 실적 악화 발표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불길처럼 번지는 신용위기의 큰 고비는 넘길 수 있겠지만 패닉 상태에 빠진 모기지채권 시장을 정상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 은행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마진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1조달러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2,000억달러는 너무 적다”고 평가했다. 이번 유동성 공급 대상이 FRB가 지정한 20개 공식 TB인수 금융기관(프라이머리 딜러)에 그친다는 점도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 프라이머리 딜러에게 현금과 등가물인 TB를 빌려줘도 이들이 일반 시중은행과 헤지펀드 등 자금사정이 절박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신용위기의 진앙지인 모기지의 부실을 도려내지 못한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근본 적 한계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금융시장 긴장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모기지 관련 채 3.22%로 좁혀졌으나 여전히 높권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신용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월가 채권 딜러들은 양대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 수익률과 5년 만기 TB 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채권 간의 스프레드는 지난주까지 3.5%로 지난 1986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였고 이날 FRB의 특단 조치로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FRB가 두 기관의 채권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게다가 올들어 FRB가 금리를 1.25%포인트 내렸음에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올들어 0.5%포인트 올라 6.0%대의 고공 비행이 이어지고 있다. 월트 게러시모위츠 메디트론 자산운용사 채권전략가는 “주택시장의 문제가 적어도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때까지는 은행들은 신용위기에서 안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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