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관육성 '시장 완충력' 키워야

■ 증시 外風에 너무 휘둘린다외국인 시가총액비중 커져 '의존형증시' 심화 서울증시가 외국인과 미국증시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국내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추이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기업들과 달리 국내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호전세가 뚜렷한데 주가에는 이 같은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 관련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국내기업 주가는 실적에 관계없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하락폭도 더 크다.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추이를 보자. 삼성전자는 지난 1ㆍ4분기 사상 최대치인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국의 모토롤러가 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외국인은 미국증시 불안과 차익실현을 이유로 4월 한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 330만주를 집중 매도했다. 그 영향으로 한때 사상 최고치인 43만2,000원(4월24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6일 34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라고는 하지만 '주가=기업가치'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면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는 실적과 무관하다. 포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철강회사들이 자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도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포스코는 통상마찰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년동기 대비 11% 늘어난 1,9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주가가 강세를 보여야 마땅하지만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오히려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16만원대였던 주가는 외국인이 2개월여 동안 260만여주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현재는 12만8,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은 서울증시에서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면서 '외국인 의존형' 증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 외국인, 국내증시 시가 비중 1위 3월 말 현재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무려 35%로 단연 1위다. 더욱 큰 문제는 외국인이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초우량주(시가총액 상위종목)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12.5%에 불과하지만 외국인은 5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와 기관물량은 32.3%로 외국인 지분율의 3분의2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민은행은 더 심하다. 외국인 지분율이 71.2%에 달해 기관과 개인투자자 비중을 합해도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석중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외국인 비중이 워낙 높아 이들의 매매동향에 따라 국내증시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관ㆍ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비중 가장 낮아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외국인에 대적할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80년 이후 기관의 금융자산은 연평균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같은 기간 기관의 주식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90년 9.0%였던 기관의 주식비중은 지난해 말에는 4.5%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반면 미국은 27.0%, 영국은 18.0%, 독일은 16%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비중은 10%선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40%대, 영국ㆍ독일ㆍ타이완의 20%대보다 크게 뒤진다. ■ 기관 비중 확대해 완충역할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의해 증시가 뒤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금융기관 주식투자 유도책이 마련돼야 하며 연기금의 투자비중 확대, 기업연금제도 조기도입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투신운용 사장은 "국내증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현 시점이 금융기관의 투자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적기"라며 "외국인과 미국증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식투자를 위험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주식투자 태도에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만 외국인에 맞서 기관이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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