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영웅전] 공연한 손찌검

제7보(73~100)


“어떻게 되어 가나요?” 오늘따라 늦게 나타난 루이나이웨이 9단이다. 루이 9단은 판세를 잠깐 훑어보더니 말했다. “백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우상귀를 모두 잡기라도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바둑이네요.” &루이의 이 말이 나중에 실제 상황이 된다. 우상귀의 흑 4점이 점점 뚱뚱해져 돌의 수효가 31개에 이르는 공룡이 되고 그 공룡이 모두 잡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백76은 이세돌답지 않은 인내. 마땅히 참고도1의 백1로 이단젖힘을 해야 했다. 흑은 기다렸다는듯이 흑2 이하 8로 상변을 관통하겠지만 백9 이하 19(14는 12의 아래)까지 되고 보면 흑의 실속은 의외로 적다. 말하자면 실전의 백76은 공연한 인내였던 것인데 이 인내가 나중에 대마사냥의 열쇠가 되니 묘한 일이다. 흑83과 85는 흑의 권리. 나중에 양단수(70의 위)로 백진을 무너뜨리는 즐거운 뒷맛이 남았다. 그러나 안조영 8단은 말했다. “분명히 즐거운 뒷맛이지요. 하지만 공연한 손찌검이었어요. 이 손찌검을 해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거대한 흑대마가 잡히는 비극이 일어났으니까요.” 백88은 우하귀에 남아 있는 뒷맛에 불을 지핀 수순. 이 수순 역시 나중에 대마사냥을 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백100이 된 시점에서 우하귀는 참고도2의 백1,3으로 두면 2수 늘어진 패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 패를 구태여 강행하지 않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 이용할 배짱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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