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갈매기 날개짓 사이 천년 고찰이

강화 보문사, 국내 3대 관음기도처 명성뱃고동이 울리자 먼 하늘을 선회하던 갈매기 떼가 일제히 뱃전으로 몰려든다. 강화도 서쪽해안 외포리 포구를 떠난 배는 석모도를 향하고 있다. 갈매기와 배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체가 되고, 힘찬 날개 짓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외침은 새 울음과 하나가 된다. 석가 탄신일(19일)에 앞서 석모도 보문사를 찾았다.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남해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관음 기도처로 꼽힌다. 불자들 사이에 영험한 기도처로 사랑받는 데는 그 만한 내력이 있다. 석모도는 고구려의 첫 불교 전승지로 알려져 있으며, 보문사를 품고 있는 낙가산 역시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절에 얽힌 전설과 일화도 경외심을 갖게 한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보문사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서려 있다. 본전 오른쪽, 천연동굴을 이용해 만든 석굴사원에 안치된 22개의 석불에 얽힌 사연이다. 옛날 한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던졌는데 묵직한 게 걸려들었다. 만선의 기대에 부푼 어부는 힘껏 그물을 감아올렸지만 고기는 없고 커다란 돌덩이들뿐. 같은 일이 수 차례 반복됐다. 실망한 어부는 돌덩이들을 바다에 버리고 맥이 풀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어부는 희한한 꿈을 꾼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나 "그 돌덩이들은 천축국에서 온 불상이니 내일 다시 건져 올리게 되거든 명산에 봉안하라"고 말했다. 이튿날 과연 돌인형이 그물에 다시 걸려, 낙가산으로 옮겼더니 부처의 모습으로 변했고, 어부는 큰 복을 받아 부자가 됐다. 석굴사원 앞 키 큰 향나무에도 신비한 일화가 전해진다. 밑동의 직경이 2m나 되는 이 향나무는 한국전쟁 중에 시들시들 죽어가다가 전쟁이 끝나자 기적적으로 소생했다고 한다. 보문사를 찾은 참배객들은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암벽에 조각된 마애석불좌상에 꼭 들른다. 중생들의 소원을 알뜰하게 챙겨주는 석불로 이름이 높다. 이 날도 석불 앞에는 세속의 근심을 털어내려는 간절한 합장이 줄을 잇고 있었다. 석불은 본전 뒤쪽으로 난 400여개 계단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흐르는 땀을 식힐 겸 잠시 뒤돌아보면 절집 지붕들이 아늑하고 서해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애석불은 1928년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조각한 것으로 복스러운 코와 네모진 얼굴이 투박하면서도 자애로운 인상을 풍긴다. 5월오후, 석불 앞 합장하는 여인들의 손끝 너머로 짙푸른 녹음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 여행메모 ◇도로= 서울~김포~48번국도~강화~외포리 선착장에서 배 이용~석모도선착장에서 내려 왼쪽 길로 가다가 이정표 따라 우회전~보문사 ◇대중교통= 신촌시외버스에서 강화터미털까지 수시로 버스 운행, 1시간30분 소요. 외포리까지 가는 버스는 50분~1시간10분마다 있고, 1시간50분 걸린다. 강화버스터미널~외포리 시내버스도 수시로 운행. 신촌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지하철 5호선 송정역 앞에서도 탈 수 있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보문사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평일 10회, 주말 20회 운행. 15분 소요. ◇음식= 강화 앞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밴댕이, 꽃게, 새우 등이 이 지역의 별미. 밴댕이회와 무침(1접시 1만5,000원), 꽃게탕(3만원선) 등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인삼막걸리ㆍ산채비빔밥(5,000원)도 권할 만하다. ◇숙박= 보문사 주변에 민박집이 다수 있으며 가격은 평일 3만원, 주말 5만~7만원선. ◇문의= 보문사 종무소 (032)933-8271, 강화군 삼산면사무소 932-2645, 외포리 선착장 932-7600. <사진설명>국내 3대 기도처의 하나인 강화 보문사. 석모도(강화)=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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