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9일 실시되는 16대 대통령 선거와 10년 전 14대 대통령 선거는 사이부동(似而不同)이다. 닮은 듯 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선거전이다. 14대 대선은 민자당 김영삼, 민주당 김대중,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간의 3파전이었는데 16대 대선도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3자 대결 구도라는 점이 우선 유사하다. 정몽준 후보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출마함으로써 유사성은 더욱 짙어졌다. 기본구도 10년 전과 같아 정치적 상속관계에서 볼 때 민주당은 10년 전의 당명 그대로이고 국민통합21도 통일국민당과 어감이 비슷하다. 한나라당의 뿌리는 신한국당을 거슬러 올라 민자당에 닿는다. 김영삼-이회창은 서울대 출신으로 보수적 색깔에 부자집 아들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은 고졸출신으로 진보적 색깔에 서민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주영-정몽준은 기업가 겸 정치인으로 중간적인 색깔이다. 가장 많이 닮은 점은 후보자의 지역적 기반이다. 이회창 후보는 영남을 주요 근거지로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후보 경선에서부터 호남의 지지로 당선됐고 본선서도 지지기반은 마찬가지 일 것으로 여겨진다. 정몽준 후보는 아버지처럼 강원도와 울산을 주된 연고지로 삼고 있는 듯하다. 여론조사 추세도 10년 전과 유사하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5%대의 부동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가 30%대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면 지지율 20%대에서 노ㆍ정 후보의 2위 다툼이 치열하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가 짧은 기간 안에 당을 만든 솜씨는 아버지를 닮았다. 당시 정주영씨는 92년 2월 14대 총선을 한달쯤 앞두고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뒤 대선까지 내쳐 달렸는데 정몽준 후보 또한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지난 5일 창당했다. 10년 전과 다른 점으로는 우선 '같은 사투리'에 바탕 했던 지역감정의 원색성이 희석된 점을 들 수 있다. 충청도를 연고지라고 말하는 이회창 후보가 영남지역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나, 경남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은 한국정치의 고질인 지역문제 해결로 향하는 작은 진전이다. 이번 선거로 3김씨의 시대는 사실상 마감된다. 그래도 그들이 후보자에게 미치는 잔광(殘光)은 있다. DJ-노무현 관계는 비교적 명료해보이나 YS-이회창 관계엔 아직도 긴장이 남아있는 듯하다. JP의 입장은 더욱 복잡 미묘하다. 14대 대선 때 그는 3당합당의 일원으로 김영삼의 편에, 15대 대선 때는 김대중 편에 서서 대통령당선을 도왔다. 이번에 그가 어느 편에 서느냐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그래도 YS와 JP는 선택을 할 것이다. 10년 전과 가장 입장의 차이가 큰 것은 정몽준 후보다. 우선 현대그룹이 그때의 현대가 아니다. 계열분리 된 현대의 기업들은 정경분리를 선언하며 정 후보와 거리를 두기에 바쁘다. 정주영에겐 카리스마가 있었고 현대의 자금과 인력을 선거에 동원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함부로 쓰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10년 전과 가장 크게 다름 점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단일화 요구가 거세다는 점이다. 14대 대선에서는 저마다 당선을 확신했기 때문에 단일화 요구가 없었다. 후보단일화가 관전 포인트 이번선거에서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후보단일화를 압박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해 당이 깨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 점에서 후보단일화 문제는 14대 선거 때의 김영삼ㆍ김대중 후보단일화 문제와 오히려 흡사하다. 일단 선거전의 회오리에 빠져들면 후보자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승리의 환상 뿐이다. 역대 대선전에서 2ㆍ3위 후보자 간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예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엔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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