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3일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구체적기준을 마련해 공개한 것은 사법부가 멋대로 형사사건을 처리한다는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구속 절차에 대한 포괄적 기준만 주어져 법원ㆍ판사별로 인신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편차가 큰 현실 속에서 담당 형사사건 수가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법이 내놓은 이번 기준은 전국 법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된 `전관예우' 등의 시비가 크게 줄고 대법원 차원에서 영장 발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구속원칙 강화ㆍ구속기준 구체화=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제시한 구속영장 사무처리 기준은 불구속수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구속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기준에는 실형선고가 예상되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원칙은 이어 나가되 신체자유 제한으로 겪게 될 불이익이 공공 이익보다 클 경우나 피의자가 합리적 근거를토대로 범행을 부인할 경우 불구속 수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일례로 블루칼라 범죄자를 구속했을 때 당사자 가족의 생계에 큰 불이익을 초래하지만 구속으로 얻게 될 공익적 효과가 적다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이트 칼라 범죄자도 본인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구속영장이 기각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런 불구속 원칙은 영장발부 요건의 구체화로 더욱 강화됐다.
종전에는 반드시 실형선고가 예상되지 않더라도 범죄행위를 조기에 중단해야 할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영장이 발부됐지만 이번에 마련된 기준에는 그 적용범위가 대폭 축소되고 요건이 엄격해졌다.
불법 폭력시위의 경우,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시위현장에서 쇠파이프를 들고재물을 파손하는 등 실제로 공익을 훼손했는지 등을 적극 따지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동자, 전과 여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사법부 신뢰회복과 사회적 논의 확산= 영장실질 심사 도입이 10주년을 맞이했지만 그간 전관예우나 `유전무죄ㆍ무전유죄', 법조 브로커 활동 등이 논란이 돼 사법부의 구속사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피의자의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주 우려 등 매우 개념적인 수준에서 머물렀던 게 큰 원인이다.
법원은 이런 관행을 반성하면서 구속 기준을 시대 상황에 맞게 고쳐 국민 앞에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구속 기준에는 힘없는 사람만 구속된다거나 범죄자는 일단 구속부터 하는 것이 처벌효과가 높다는 국민적 고정 관념을 극복할 필요성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들끓는 여론의 무마나 수사편의 목적, 범죄에 대한 `즉시 응징' 등 구속수사를둘러싼 사회적 편견들도 구속 수사의 본래 목적과 벗어난다는 법원의 판단도 포함됐다.
법원은 구속의 본래 목적이 수사기관의 적정한 사실조사와 형벌집행이라는 점을국민에게 알리고 객관적 기준을 제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구속 기준에 담은 셈이다.
구속 기준 공개로 그동안 법원이나 판사별로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들쭉날쭉해 국민적 불신을 부추겼다는 문제점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구속을 징벌수단으로 판단하는 국민의 동의를 얻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오늘 공개한 구속기준에 대해 다양한 비판여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며 여론의 배후에 있는 권력의 크기보다 여론 속의 합리성을 경청하고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