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경제관료 뒤에는 무능한 정치인이 있다.”
이제는 야인이 됐지만 참여정부에서 최고위 관료였던 인사의 날선 발언이다. 그는 잘못된 경제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치권의 무능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정책을 놓고 과거 자기들이 어떤 발언과 행동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면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구나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늪”이라고도 했다.
물론 그 관료의 지적은 과거 경제정책에 국한된 평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이 비단 과거에만 국한된 역사일까.
이번 주 정부의 경제부처는 물론, 부동산시장 참여자들, 대기업, 국민 다수는 국회의 ‘의사봉’을 주목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인데다 시급을 다투는 관련 법들이 대거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관련 법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와 민간아파트 분양가 공개 등을 내용으로 한 주택법 개정안,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금융시장의 대변혁을 몰고 올 자본시장통합법, 4대징수보험통합법 등 굵직한 법령들이 대기 중이다. 2월 국회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일부 법안은 법 시행의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례로 출총제는 2월 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오는 4월1일에는 기존 출총제를 적용, 자산 6조원 이상 그룹 내 계열회사가 다시 출자총액제한 대상으로 확정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될 마당이다. 여기에다 주택법 개정이 무산되면 겨우 안정세를 되찾은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가격 급등의 재현도 가능하다.
대치동의 한 부동한 중개업자는 “시장은 주택법이 제대로 통과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최근 매물이 거둬지는 것도 정부안대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가격이 오를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이런데도 탈당 파동을 겪고 있는 여당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경제정책을 조율해왔던 정책위 의장 등이 대거 당을 떠나면서 법안 통과를 앞둔 마당에 정책을 새롭게 조율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탈당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책 조율의 대상’도 마땅치 않게 됐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누구랑 관련 정책을 논의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국정감사 때건 임시국회 때건 정부의 정책을 놓고 질책을 한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의 질책은 없다. 만약 이번 2월 국회 때 시급을 다툰 법령들이 통과되지 않고 4월로 연기됐을 때 4월 국회 때는 누구를 질책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