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이라크戰 앞서 유엔합의 필수

미국의 유엔(UN)에 대한 인내는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미국 주도로 내놓은 대(對)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의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에 있어 유엔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유엔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의 제각기 다른 이해 관계를 적절히 조율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결의안에 담겨 있는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대 이라크 무기사찰을 포함하는 이라크의 무장해제라는 대목이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는 아직까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다. 미국의 제안이 다소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러시아 등 여타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은 대 이라크 결의안이 결국 미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결의안은 이라크가 결의안을 위반했을 때는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라크의 결의안 위반에 대해 이라크가 직접 유엔 안보리와 협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러시아는 여기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무기사찰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론에도 이견이 많다. 미국은 사찰단에게 무기 제조지로 의심되는 지역에 '비행금지구역' 및 '통행금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러한 조치가 이라크를 자극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내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상임 이사국들의 치열한 설전(舌戰) 또한 이해관계의 상충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 프랑스, 러시아는 무기사찰을 무장해제로 가는 길로 보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찰단을 이라크로 보내 후세인 대통령의 협력을 구하고 전쟁을 피하자는 데 있다. 이들간의 가능한 합의는 본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의안은 개별 국가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두어야 한다.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유엔의 권위는 손상될 것이며 미국 단독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으로 귀결될 것이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며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그것을 곧바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유엔을 통한 강한 단결력만이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을 늦출 수 있고 이라크의 평화적인 무장해제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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