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하오 백악관 기자회견실. 주룽지 중국 총리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부의 독립에 반대, 무력을 동원해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미 합중국의 통일을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타이완의 독립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무력 사용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옆에 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곤혹스런 웃음을 지으며 『한방 맞았으니 한마디 해야겠다』며 『중국과 대만 관계는 남북전쟁과 사정이 다르다』고 얼버무렸다.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회담은 기자회견의 분위기처럼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관한 양국 협상은 오는 11월로 연기됐다. 기자회견에서 양국 수뇌간의 링컨 논쟁은 최대 현안인 중국의 WTO 가입 문제가 미국내 정치 논리로 무산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클린턴은 『양측이 중국의 WTO 가입을 가로막아온 장벽들을 제거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으나,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리들은 전체의 90%가 합의된 상태이며 WTO의 뉴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인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사항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미국은 농업·항공·통신·소프트웨어·보험 등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개방 약속을 얻어냈다.
개별 실무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산 밀에 대한 병충해 검역을 해제함으로써 사실상 수입을 허용했다. 아울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율을 현재 45%에서 2004년까지 12%로 인하하며, 밀·옥수수·콩에 대한 관세율을 1~3%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옥수수·면화·쌀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미국산 치즈와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입을 허용했다.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산 감귤류, 돼지고기에 대한 시장도 개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을 현재 15억 달러에서 5년내에 24억 달러로 늘릴 수 있게 됐다.
또 미·중간 항공 노선도 두배로 늘리며, 신규 취항사는 각각 1개사씩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산 질소비료도 중국에서 판매가 허용된다. 중국은 또 미국산 정품 소프트웨어만 사용하며, 해적판에 대한 엄정 수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보험시장도 개방됐다.
최대 관심사인 통신시장 개방에 대해 중국측이 상당 부분 양보했으나 미국은 만족치 않았고, 앞으로 WTO와 맞바꿀 마지막 협상 카드로 남아있다.
중국은 최대한 양보했으나, 협상은 미국내 정치적 함수관계로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의회와 지식인들은 중국의 인권문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티베트 독립 핵기술 절취사건 등이 해결될 때까지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청을 높여왔다.
게다가 중국은 코소보 사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을 반대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의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완전한 양보를 얻을 때까지 WTO 카드를 이용할 전망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