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습관과 의식으로 분석해본 중국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br>유광종 지음 / 크레듀 펴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상당수 한국인들은 그리 호의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싸구려와 짝퉁 양산지', '상술을 넘어 뒤통수 치는 사람들', '만만디' 등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중국과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받아왔던 중국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과 체험을 벗어나 그들에 대해 보다 객관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저자는 중국 주재 기자로서 중국인의 문명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바라본다. 그는 227년 전 중국을 여행했던 연암 박지원의 행적에서 중국을 해석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3리마다 성(城)이요, 5리마다 곽(郭)"이라는 말을 남긴 연암의 열하일기에서 저자는 중국의 폐쇄적인 속성을 발견했다. 책은 벽쌓기를 좋아해 만리장성이라는 세계문화유적을 만든 중국의 역사를 통해 오늘의 중국에 접근한다. 저자는 "중국에서 담이 유난히 높은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담과 담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관시(關係)'"라며 "내 안에 모든 것을 완비하고 있으면 내가 세계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의 천하라는 관념도 이 담의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책은 중국의 전통 사고(思考)에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면모를 덧붙여 중국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 좋은 사례는 '괜찮다'는 의미의 '하이싱(還行)'. 중국인은 좋다 싫다 단정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지 않고 그저 '하이싱'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데 그 이유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현실주의적 처세술이 체질화 된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또 게임과 도박을 유난히 즐기고 궁중 암투에 열광하는 중국인이 생각하는 중상과 모략을 한국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중국인의 일상에서 모략이라는 단어는 '고약한 꾀' 쯤으로 받아들이는 중립적인 단어이기 때문. 이처럼 저자는 중국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는 알기 힘든 습성과 의식을 분석한다. 저자는 "몇가지 인상과 경험으로 중국을 재단하는 것은 안된다"며 "그보다 중국 문명의 전통에서 깊이 배어 나오는 중국인의 사고와 행위를 이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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