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엔화 약세와 눈덩이 對日 적자

일본의 엔화 환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원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또 떨어져 100엔당 760원으로 내려앉았다. 9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04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1,000원대 중반을 유지했던 엔화가 불과 2년반 사이 30% 가까이나 하락한 것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세는 우리 기업들이 미처 대응할 여유도 없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국내 수출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크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들은 적자누적으로 속속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만회해보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중소기업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휴대폰ㆍ반도체ㆍ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는 대일 무역적자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엔화 약세가 시작된 2005년 244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54억달러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1ㆍ4분기에만도 7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대일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엊그제 민관 합동으로 대책회의를 열어 환변동 보험료 인하, 수출신용 보증한도 확대, 일본 수출기업에 대한 해외 마케팅 지원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화 약세에 대응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는 해외투자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환율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엔고를 극복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했듯이 우리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번 환율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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