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곱디고운 단풍나무 사이로 계곡물도 흥겨워 ‘종알종알’

강원도 설악산 흘림골·주전골<br>흘림골서 오색약수까지 6~7km ‘절경의 잔칫상’<br>계절의 마술에 시름도 ‘툭’ 떨어져 나가는듯


등선폭포 밑에서 땀을 식히는 등산객들.

주전골 입구 삼거리에서 바라본 설악산 기암 절봉.

고운 단풍나무 사이로 계곡물 흥겨워 ‘종알종알’ 강원도 설악산 흘림골·주전골흘림골서 오색약수까지 6~7km ‘절경의 잔칫상’계절의 마술에 시름도 ‘툭’ 떨어져 나가는듯 글ㆍ사진=홍병문 기자 hbm@sed.co.kr 등선폭포 밑에서 땀을 식히는 등산객들. 주전골 입구 삼거리에서 바라본 설악산 기암 절봉. 관련기사 • [여행메모] 설악산 흘림골·주전골 꽃이 없는 춘산(春山)은 설레임 없는 소년이요, 녹음을 잃어버린 여름 산은 꿈 없는 청춘. 하지만 단풍이 빠진 가을 산은 눈물 없는 중년이라. 서럽기가 중년 같은 잎사귀여. 벌겋게 물들어 절정까지 타오르다 터져, 한순간 기댈 곳조차 없이 무너진다. 눈물처럼 추락해 칼끝처럼 가슴을 도려내지만 절망은 아니다. 그래, 떨어져야 하는 것. 그래야 다시 살아나는 것. 북풍한설의 겨울을 준비하며 이겨내야 하는 시절. 절망조차 아름다움으로 둔갑시키는 세월의 마력에 인간이든 나무든 모든 만물은 그렇게 평등하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산에 간다고 했다. 그것도 설악산에. 왜 가냐고 묻지 마시길. 설레임과 꿈, 그리고 눈물의 무게를 몽땅 털어내려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는 아니다. 외로운 사내의 심장을 유혹하는 붉은 루즈의 대리물을 찾으려 한 것은 더욱 더 아니다. 도심 거리를 거닐다 머리 위로 ‘툭’ 떨어진 단풍 잎새 하나에 ‘덜컥’ 동쪽으로 내달렸을 뿐…. 사시사철 북적거리지 않을 때가 없는 설악산. 이맘 때면 더욱 요란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광 버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앙칼진 노래 가락이 요란하고 이들을 맞는 단풍 색깔은 한층 더 현란하다. 푸른 제복을 입고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강원도 인제를 지나 한계령 휴게소에 들어선다. 눈 앞에 펼쳐진 준봉(峻峯)의 풍광에 이미 서러움 절반은 날아갔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양양 방면으로 44번 국도를 따라 2~3 km정도 내려오면 흘림골 입구다. 이곳에서 등선대(登仙臺)와 주전골을 거쳐 오색약수터까지는 잰걸음 3시간 남짓 거리. 설악산 남쪽 자락의 흘림골은 지난 85년에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개방됐다. 단풍 명소였던 주전골과 이어져 최근에는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다. 흘림골부터 오색약수터까지는 6~7km 정도다. 그다지 길지 않아 전문 등산가들에겐 산행이라고 하기에 쑥스러운 곳. 하지만 경치 하나는 기가 막히다. 흘림골 입구에서 몇 걸음 내딛으면 곧바로 가파른 언덕길. 20분정도 헐떡이며 오르면 여심(女深)폭포다. 왜 여심(?)폭포냐고. 단체로 수학 여행 온 여드름 투성이 남학생들의 농이 섞인 웃음소리가 대답해준다. 이곳 폭포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해 예전엔 신혼여행 인기 코스였다 한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 내며 험난한 고갯길을 20여분 더 올라가면 등선대다.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곳. 남설악의 정경과 서쪽으로 동해안까지 한눈에 내다 보인다. 이제부턴 내리막이다. 등선폭포와 무명폭포를 거쳐 십이폭포에 이르면 주전(鑄錢)골이 시작된다. 한때 위조 화폐를 만든 곳으로 알려질 만큼 외진 곳이지만 지금은 외설악 천불동, 내설악 가야동과 함께 설악산 3대 단풍 명소로 자리잡았다. 계곡 물줄기는 점점 굵어져 용소폭포에 닿으면 거대한 연못을 만들 정도가 된다. 폭포입구 시루떡 바위는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모양. 주전골 명소인 용소폭포에서 선녀탕을 거쳐 오색약수까지 이어지는 길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의 원경과 계곡 사이로 흐르는 투명한 물줄기의 근경이 어우러지는 절경의 잔칫상이다. 계곡물을 가운데 두고 고운 색깔을 머금은 단풍나무가 사열하듯 연실 잎새를 흔들어 댄다. 이쯤 되면 계곡물은 흥에 겨워 ‘종알종알’ 노래 가락을 토해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산행의 마무리는 오색약수터. 탄산성분이 들어 있어 톡 쏘는 맛으로 이름났다. 최근엔 물길이 줄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방울져 느릿느릿 샘솟는 약수를 받기 위해 늘어선 이들의 정성이 갸륵하다. 이곳에서 약수 한방울의 가치는 물방울 다이아몬드와 맞먹는다. 계절이 부려놓은 마술에 시름은 솜털바람에 흔들리던 단풍잎처럼 툭 떨어져 나갔다. 입력시간 : 2005/10/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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