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느 의원의 빗나간 추궁

"왜 우량한 업체를 부실한 기업에 인수시키려 하는 겁니까" 지난 16일 밤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정보통신부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 오전10시부터 계속된 강행군으로 참석자들이 지쳐 있을 법도 한 시간이지만 회의장은 한 야당 의원의 이상철 장관에 대한 열띤 질타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분위기만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선량'들의 신랄한 비판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듣다보면 실소를 금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우선 이 야당 의원이 '번지'를 잘못 찾았다는 점이다. 목청을 높여 질타한 내용은 파워콤의 매각문제. 하지만 이 문제는 엄밀히 따져 정통부 소관이 아니라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따져야 할 사안이었다. 산자부 관할인 한전의 자회사 민영화 문제가 난데 없이 정통부에서 불거져나온 것이다. 이 의원은 파워콤이라는 회사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었다. 자산규모 1조4,000억원인 이 업체의 이름조차 정확히 몰랐으며 심지어 22조8,500억여원의 자산을 보유한 KT와 '견줄 만한 회사'로 알고 있었다. 이 의원의 질타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갔다. "어떻게 우량한 기업을 '부실기업'인 하나로통신에게 팔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이 장관은 나름대로 하나로통신이 흑자 전환했다는 점을 들며 부실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친절하게 설명까지 했지만 '우이독경'이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파워콤 매각 입찰방식과 우선협상자 선정경위는 내 알 바가 아니라는 투였다. 한동안 파워콤의 민영화 취지와 이에 따른 효과를 열심히 설명하던 이상철 장관도 끝내는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문 채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기자는 이제는 그리 새삼스러울 것조차 없는 의문 하나를 다시 한번 던졌다. 과연 무엇 때문에 공무원들이 단 하루의 국정감사를 위해 밤샘 작업을 해가면서까지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한시간 가까이 계속된 의원과 장관의 열띤 논쟁이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에게 허탈감만을 안겨줬을 뿐이다. 정두환<정보과학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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