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 게놈지도 역기능

[심층진단] ■ 게놈지도 역기능 인간 우열화·특정국가 정보독점 우려 인간 유전자 해독은 질병치료 등 순기능 뿐만 아니라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열등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소외 받을 가능성이다. 이와 함께 인간게놈 정보에 대한 국가간 불균형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주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됐다는 발표를 접한 많은 전문가들은 유전적으로 완벽한 조합을 이룬 1등급 시민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속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 같은 우려감은 실제 일부 기업들이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영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노리치 유니언 생명보험이 최근 보험계약전 고객을 상대로 질병 유무 유전자 검사를 한 것을 시인한데 이어 미국의 한 철도회사가 종업원을 상대로 직업병 유전자검사를 벌여온 것으로 지난 주 밝혀지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컬럼비아 연구센터의 생물학자인 로버트 폴랙은 이에 대해 "유전자검사가 질병치료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불행히도 우리가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학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되, 연구 결과의 오용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1997년 29차 총화에서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을 채택하며 인간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는데 윤리적 관점을 유지할 것을 각국에 촉구한 바 있다. 또 미 정부는 지난해 8월 연방정부가 직원 채용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 연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시행령에 따라 연방정부는 직원 채용시 유전자 검사를 요구할 수 없으며 유전자정보를 근거로 인사상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 각국 정부도 인간 유전자정보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마련에 서둘러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국 등 특정국가가 인간게놈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국가간 불평등 심화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게놈정보의 공개를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특허를 인정하겠다는 것이 또한 미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요한 정보는 특정국가, 특정계층의 손에 남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국 등 인간게놈과 관련된 연구개발이 취약한 국가들은 영원히 선진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다가올 생명공학 시대에 선진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인간게놈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권고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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