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나 80년대를 기억하면 당시 롯데의 신선하고, 탄력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사이 롯데가 주는 이미지는 더 이상 신선하거나, 탄력적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모험을 거부하는 안정 위주의 롯데식 성장전략. 게다가 ‘롯데맨=자율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들’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롯데가 2006년을 맞아 “변화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9일 신격호 롯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혁신의 제도화’를 역설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롯데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현장경영”이라며 “시장의 흐름을 끊임없이 파악해 나갈 때 기업의 경쟁력이 구축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신 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 21세기 기업경영의 패션을 따라가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재계 주변의 반응이다.
사실 신 회장은 2005년에도 ‘변화와 혁신’을 그룹의 신년 화두로 제시하며 “변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롯데가 보여줬던 변화나 혁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롯데 한 관계자는 “우리도 답답하다”는 말로 변하지 못하는 롯데의 한계를 대신 표현할 정도였다.
올들어 신 회장은 각 계열사 신년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거꾸로 ‘글로벌 흐름’을 요구하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롯데경제연구소에도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성장전략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주변에선 이와 관련, “가시적인 변화가 있기는 있으려는 모양”이라고 반응한다.
실제로 ▦그룹의 오랜 경영원칙을 포기하고 롯데쇼핑 상장을 결정한 것이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 회장이 예고없이 세븐일레븐 매장을 찾는 등 현장경영에 나서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룹 주변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행보를 놓고 ‘롯데스럽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는 신 회장의 2006년 경영 화두가 ‘철옹성’ 또는 ‘크레믈린’으로 표현되는 변하지 않는 그룹 롯데를 변하게 만들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