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16일] 투자은행 파산으로 이어진 美 금융불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패니매ㆍ프레디맥 등 2대 국책 모기지업체에 2,000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다시 패닉(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와 연방은행, 월가 금융회사들은 지난주 말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 리먼의 매각과 금융시장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인수협상에 나섰던 바클레이스 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인수포기 의사를 밝히자 리먼은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 소식을 접한 월가는 물론 15일 개장한 주요국 증시도 폭락했다. 리먼의 파산신청으로 다른 금융사들은 불똥을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메릴린치 이사회는 1년 전보다 30%나 싼값에 BoA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AIG는 당초 일정보다 구조조정계획을 앞당겨 발표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FRB도 담보대출 대상 확대 등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와 연방은행ㆍ금융회사들의 혼신의 노력이 금융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금융불안을 근본적으로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감세를 비롯해 국책 모기지업체에 대한 구제금융에까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그때만 반짝했을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우량 회사들도 믿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돼 금융위기 극복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발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이 연기되는 등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었다. 미국발 세계금융시장 불안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투자자금의 유출을 가속화해 시중 자금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고금리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국내 금융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선제적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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