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6일] 두번씩이나 협정문 고친 한미 FTA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7년 6월30일자 서울경제신문을 펼쳐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 '노동ㆍ환경 주고 의약ㆍ비자 받았다'가 1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미국 의회는 2007년 4월2일 타결된 한미FTA 협정문에 대해 민주당의 '신통상전략'을 반영해 노동ㆍ환경ㆍ의약품 등 7개 분야에 대해 다시 협상하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사실상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3년 6개월이 지나 이번에 진행된 추가협상도 마치 '데쟈뷰' 같다.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에 의해 협상을 진행하게 됐고 우리 정부는 '자동차 주고 돼지고기ㆍ의약품 받았다'로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요구조건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 협상단이 비행기 속에 있는 동안 자국에 유리한 결과물만을 사전에 발표하는 '외교적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백 번 물러서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실질적인 손해가 덜하기 때문에 한미FTA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내린 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어쩔 수 없는 힘의 불균형, 경제를 넘어서 정치ㆍ외교적인 동맹관계 등도 불가피하게 반영됐을 테다. 하지만 양측 정부 간 협의가 종결돼 서명까지 완료된 협정문에 수정을 가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FTA 추진전략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당장 내년 7월 잠정발효 되는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앞두고 유럽에서 비슷한 문제제기를 꺼낼 수 있고 중국ㆍ일본 등 앞으로 있게 될 FTA 협상에서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특히 아직까지는 미 의회 측도 협상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심의절차를 진행할 내년 2~3월 전까지 어떤 새로운 문제를 꺼낼지 장담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타결 직후 "이번 FTA 협상이 향후 미국이 추진할 다른 FTA의 모델이 될 만큼 훌륭한 성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두 번씩이나 이미 합의된 협정문을 강제로 고쳐야만 하는 '나쁜 협상의 선례'가 이번 추가협상 결과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