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1만호특집/금융의 증권화] 대형화.경쟁력 높여야만 산다

은행은 변했다. 그러나 진정한 생존을 위해서는 아직 멀었다. 지금까지 변화가 구각(舊殼)을 깨뜨리는 과정이었다면, 미래의 변화는 은행산업의 「생존」 자체를 위한 변화이어야 한다. 변화의 움직임은 나무(단기적 이익)만을 보는 것이 아닌, 숲(금융산업이라는 전체 테두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21세기 은행의 생존전략 수립은 이런 전제아래 은행원들의 치밀한 고민 속에서 가능하다.은행들은 지금까지는 정부의 입김에 길들여진, 심하게 표현하면 「한정치산자」의 두뇌와 별반 다른게 없었다. 은행원 스스로의 고민에 의한 공격적 전략 수립은 부족했던게 사실. 21세기 생존전략 수립의 핵심은 무엇보다 내외 환경변화 요소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국외변수. 21세기는 금융산업에 있어 자율화·개방화 시대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금융거래 속도는 무제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은행산업이 처한 위험도는 그만큼 커질게 틀림없다. 20세기 후반 금융산업 변화의 중심축이었던 「규모의 경제」는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무자비한 합병작업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국내 변수의 핵심은 외국금융기관의 입성이다. 선진금융기법을 무기로 한 외국은행들의 입성은 벌써 당면한 현실이 됐다. 금융기관내에서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무자비한」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금융권역간 장벽은 무너지고, 은행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유무형의 혜택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속에서 은행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은. 그 해답은 크게 두가지 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개별 은행 자체의 경쟁력이다. 쉽게 말해 특화전략이다. 한 은행이 한꺼번에 모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의 함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선진금융의 대표자라는 미국에서 도매금융으로 난관을 극복한 BTC, 소매금융으로 세계 제일의 자리로 올라선 씨티은행의 예는 한국의 은행들도 모범을 삼을만하다. 일단은 규모가 작더라도 「자기만의 무기」를 취득할 경우 대형 겸업은행 이상의 「알짜은행」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존전략의 또다른 포인트중 하나는 벌써부터 유행중인 「짝짓기」 바람에 순응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장벽의 해체와도 맞물린 일이다. 짝짓기에는 세가지가 있다. 「규모와 전략」을 배합하는게 첫번째다. 소매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은행이 다른 소매금융의 강자와 합해,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도매금융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규모와 보완효과」를 노리는 것. 소매금융 강자와 도매금융의 강자가 배합하는 모델이다. 양자가 서로간 보완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일이다. 은행이 자신의 권역외에 증권·보험 등과의 연계를 추진하는게 세번째 골자다. 최근 유행중인 「전략적 제휴」가 큰 테마다. 영역철폐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같은 하드웨어 부분의 전략과 함께 동시 추진돼야할게 소프트웨어 부분이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내부통제제도. 은행 자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또 최대손실은 얼마인지에 대한 철저한 계산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고성수연구위원은 『은행이 이익과 위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신과 금리·외환 등 각종 위험부분에 대한 관리시스템 구축은 21세기 은행의 생존과정에서 필수적 요소로 등장할 것이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부분의 두번째 포인트는 이른바 「전사적 관리」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들은 수많은 선진제도를 흡입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비상임 이사회 위주의 지배구조 개편 리스크부분의 전력 집중 강화 여신관리 부분의 조직확대 신용분석 기법의 확충 등이다. 그러나 이런 분야들은 아직 태아(胎兒) 수준에 머물러 있는게 현실. 또 갖가지 제도들이 중구난방식으로 흩어져, 제도를 만들고 있는 은행원 조차 어떻게 이런 제도들을 은행의 세포안에 주입시킬 것인가에 대해 무르고 있다. 결국 선진기법의 완숙한 정착을 위해서는 수많은 선진기법들은 한데 모아 서로의 제도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도들은 그러나 「사람의 변화」라는 대전제 아래서 가능하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원 스스로 「의식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한 선진제도의 흡입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원 스스로 자신을 「해체(解體)」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