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담배 못끊는 직원 빌딩밖 흡연 속출

직장인들이 회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직장내 금연운동을 강화하면서 최근 모든 계열사 사옥과 공장ㆍ임차 건물에서 '완전금연'을 선언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풍속도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 여름을 재촉하는 보슬비를 맞으며, 20여명의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을 보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내 흡연실이 폐쇄되고 회사가 건물내 흡연을 강도높게 규제하자, 시간을 쪼개 '야외흡연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모습은 대치동 포스코 센터, 동부그룹 사옥앞, 계동의 현대 사옥앞에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물 엘리베이터와 미화원들의 발길이 쉴 틈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삼성생명 본사 입구를 교대로 담당하고 있는 한 미화원은 "엘리베이터 이용자들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다"며 " 정문 앞에 설치한 간이휴지통은 1시간에 10번 이상을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것은 끽연가들도 마찬가지. 담배를 피기 위해 자리를 수시로 비우는 것이 부담스러운데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며 담배연기를 날려 보내는 자신의 처지가 때론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인사조치를 하겠다'는 회사측의 엄포성 경고다. 한 직장인은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 판에 담배마저도 필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담배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 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회사측도 끽연직원 만큼이나 고심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흡연의 폐해를 줄여 임직원의 건강 증진과 쾌적한 직장 분위기를 도모하기 위해 금연을 실시한 만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옥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의 반응이다. 삼성생명을 방문했던 한 여성은 "저 사람(흡연자)들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빌딩 입구가 회사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10여년 전부터 회사 전계열사를 대상으로 금연을 실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금호그룹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만하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호는 시행전 5년동안 준비기간에 충분한 교육을 통해 금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부작용을 최소화해 현재 건물 주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금호의 한 관계자는 "한 순간에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면서 "어느 정도 준비기간을 둔 뒤에 본격 시행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