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구멍뚫린 캐시카우] <상> 국가자산이 새고있다

현대차 기술유출후 2년이나 '감감'


[구멍뚫린 캐시카우] 국가자산이 새고있다 현대차 기술유출후 2년이나 '감감'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관련기사 • 현대차 핵심기술 중국에 유출 한국경제를 이끄는 캐시카우 산업이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기술유출로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ㆍLCD 등 첨단산업에 치우쳤던 기술유출은 이제 자동차와 조선ㆍ철강 등 이른바 ‘굴뚝산업’에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산차의 대명사인 ‘쏘나타’ 설계도면의 중국 유출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쏘나타 기술유출을 계기로 한국 산업계의 기술유출 실태와 대응책을 살펴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적용하고 있는 ‘대형 4단 자동변속기’ 기술의 중국 유출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구속된 직원이 기술을 빼돌린 시점은 지난 2005년 말. 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사실을 2년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현대차, 2년간 몰랐다=현대차의 경우 그나마 스위스 설비업체의 제보가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해 검찰 수사로 이어져 추가적인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핵심기술은 자동변속기에 국한됐다.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후에 NF쏘나타의 설계도면도 대거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당초 알려졌던 기술유출 혐의자가 기술직 직원이 아니라 일반직 직원이라고 바로잡았다. 이는 핵심부품의 설계나 제작을 담당하지 않는 직원도 설계도면을 볼 수 있고 이를 복사해 빼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 내부적으로 추가로 유출된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데다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회사에 버젓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핵심기술이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측은 이와 관련,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미 보도된 내용 이외에 추가로 밝힐 것은 없다”고 말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첨단에서 굴뚝까지 곳곳에 ‘구멍’=자동차 기술의 대규모 해외유출은 5월에 이어 올 들어 벌써 두번째다. 현대ㆍ기아차 직원과 협력업체 임원 등 9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쏘렌토와 신차의 차체 조립 및 검사 기준과 관련한 보증시스템 등 모두 57개의 기술 및 영업 비밀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겨 적발됐다. 8월에는 포스코의 철강재 제조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져 업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기술개발실 연구원들이 빼돌린 기술을 금액으로 따지면 5년간 2조8,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조선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7월 대우조선해양 간부가 선박 69척의 설계도면을 빼돌린 채 중국 업체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해외 기술유출의 70%를 반도체나 LCDㆍ휴대폰 등 첨단 정보기술(IT)이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밀기계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와 조선ㆍ철강 등 산업 전반으로 기술유출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해당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제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국과의 기술격차 좁혀져=핵심 산업기술이 흘러들어가는 곳은 대부분 중국 등 신흥 성장국가들이다. 특히 중국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위해 베끼기 전략을 서슴없이 펼치고 있다. 실례로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중국 솽환자동차는 독일 업체들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BMW X5를 그대로 베낀 SUV를 전시했다. 성능은 X5에 못 미치지만 유럽과 일본 자동차업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는 게 현지 반응이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베끼기 전략을 넘어서 기술개발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기존 업체의 시장점유율 저하는 물론 앞으로의 경쟁에서도 뒤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유출을 우려했다. 국내 조선ㆍ철강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이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최소 10년 이상 벌여졌다고 장담하다가 이제는 5년 이하로 줄었다고 밝힐 정도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중국 업체들이 고급 첨단기술을 제외한 일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첨단기술의 중국 유출이 이어지면 양국 간 기술격차는 2~3년 이내로 좁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력시간 : 2007/12/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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