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집값 내리는 풍경

"1억 낮춰선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 수도권 집값 본격 하향 안정세…현장 분위기 호가차이 3억~4억 달해 급매물도 거래 안돼과천·목동 ·강남등 급등지역 '급락' 분위기매매가 공개 않는 '깜깜이 거래'까지 생겨 김문섭 기자 lufe@sed.co.kr 이유미기자 yium@sed.co.kr “집값이 정말로 1억원씩 떨어졌냐고요? 실제로는 더 떨어진 것 같은데 거래가 전혀 없으니 우리도 통 시세를 알 수가 없어요.”(과천시 별양동 D공인 관계자) “55평형 일반 매물은 지금도 20억원을 부르는데 얼마 전에는 16억6,000만원까지 낮춘 급매물이 거래됐어요. 호가 차이가 3억~4억원이나 나니까 매수자들이 웬만한 급매물은 거들떠보지 않죠.”(서울 양천구 목동 H공인 관계자) 수도권 아파트 값이 점차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피부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조사를 보면 수도권 전체로는 주간 0.01~0.05% 정도 미미하게 떨어질 뿐이고 하락폭이 비교적 큰 지역이라고 해봤자 고작 0.2~0.4% 하락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3일 취재해본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과천ㆍ목동ㆍ강남 등 그동안 집값이 급등했던 지역에서는 매도-매수자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며 ‘급락’의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었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자가 붙지 않아 거래는 말 그대로 ‘올 스톱’이다. 매도자들도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존 호가를 고수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요즘처럼 철저한 ‘매수 우위’의 시장에서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과천시 부림동에서는 최근 주공8단지 31평형 로열층이 8억원에 급매로 나왔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이 아파트의 가격은 9억1,000만원선. 내부수리까지 깨끗하게 마친 집이지만 사겠다고 문의하는 고객은 한 명도 없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7억원선이었으니 그 정도로 떨어지면 혹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푸념이다. 과천 주공2단지 18평형의 국민은행 일반매매가는 9억2,500만원으로 네 달째 변동이 없다. 그러나 D공인의 한 관계자는 “거래가 성사되기 위한 실제 시세는 그보다 1억원은 낮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들이 체감하는 시세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질 않으니 정작 시세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지역 중개업자들조차 거래가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거래’까지 생겨났다. 급매물을 계약한 뒤 부녀회와 매도자의 부탁으로 중개업자가 거래가격을 중개업 전산망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 집값 급락이 드러나는 일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양천구 목동 쪽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급매물도 안 팔리기는 매한가지다. 목동 신시가지 1단지 35평형(고층)의 시세는 10억4,000만원선인데 최근 9억2,000만원에 나온 급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몇 매수문의가 있긴 했지만 ‘향(向)’이 안 좋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집값이 오를 때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강남ㆍ송파권에서도 집을 팔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종합부동산세를 피하려는 일부 다주택 보유자들의 다급함이 급매물의 호가를 수천만원 단위로 계속 끌어내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17평형은 지난해 말 13억4,00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지금 시세는 12억6,000만원선이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12억원을 부르는 급매물이 몇몇 있지만 이보다 2,000만~3,000만원은 더 빠져야 매수자가 생길 것 같다”며 “매도자들의 마음이 급해져 한달 전에 비해서도 매물이 20%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도 “12억원 하던 아파트를 10억원에 준다고 해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 누가 덥석 사겠느냐”며 “매도ㆍ매수간 힘겨루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4/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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