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골프여제는 아름답다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어려움을 극복하고 놀라운 기록을 세운 사람들이 주목받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골프 계에서는 아니카 소렌스탐(35ㆍ스웨덴)이 ‘딱’이다. 올해 2월 이혼 소식으로 다소 우울하게 팬들 앞에 나섰지만 ‘강철 여인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골프계 안팎의 입방아를 보기 좋게 물리치고 시즌 10승을 비롯한 풍성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자선수 중 유일하게 200만달러 이상의 시즌 상금(258만8,240달러)을 벌었고 평균 타수 69.33타로 여자선수 중 또 혼자만 60타대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20개 대회에 출전해 10승으로 2개 중 하나는 우승이었다. 올해의 선수와 다승 왕, 최소 평균 타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렌스탐은 그 성과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지난달 삼성월드챔피언십 때 소렌스탐이 단일 대회 5승의 기록을 세우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으나 위성미의 프로 데뷔전 실격소동에 묻혀버렸고 지난주 시즌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에서 시즌 10승의 대기록을 올린 뒤에도 위성미의 일본투어 도전소식에 금세 잊혀졌다. 늘 새로운 것을 기다리는 팬들의 속성상 ‘또 소렌스탐’보다는 ‘위성미의 도전’이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모양이다. 소렌스탐으로서는 섭섭하기도 할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의연해 보인다. 삼성월드챔피언십 때는 위성미에게 e메일을 보내 “힘내라”고 격려했다더니 이번에는 “내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 모습이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끝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워 노력하는 모습도 좋지만 주변에서 관심을 두든 그렇지 않든 흔들리지 않아서 더욱 대단해 보인다. 외풍에 꿈쩍하지 않는 묵묵한 도전. 한 해를 평가하고 그 평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소렌스탐이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다. 소렌스탐에게 또 도전할 새 목표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다시 시작할 내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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