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달러약세등 영향… 올들어 순매수 규모 급감뉴욕증시에 투자되는 해외자금이 올들어 급격히 줄어들면서 미국증시 회복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미 월가의 강세장을 떠받쳐온 외국인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엔론사태 여파가 가라앉지 않는데다 최근 달러화 약세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0일 외국인투자 감소가 미 증시 상승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줄어드는 외국인투자
2000년 미 증시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무려 1,740억달러. 이는 2000년 미 국내 뮤추얼펀드의 주식 매수액 2,100억달러에 근접하는 기록적인 규모였다.
또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약세장을 지속했던 지난해의 경우도 외국인들은 1,160억달러를 미 주식시장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올들어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2월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약 110억달러로 2000년 동기 대비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저널은 지난주 다우지수가 4.2% 상승하는 등 미 증시의 반등에도 불구,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 증시의 상승세가 외국인투자 감소라는 장애물에 맞닥뜨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이피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케네스 세이피언은 "증시로의 유입자금이 줄어든다면 현 주가는 유지되기 어렵다"면서 "현 주가수준이 유지되려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 달러화 가치하락, 회계 부정 등이 원인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유입세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들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가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본국 화폐로 교환했을 때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 전체로는 순매수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의 미 증시에 대한 투자는 순매도 상황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90년대 후반 미 증시에 투자해 주가상승으로 돈을 벌고 또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액까지 챙길 수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펼쳐지게 된다.
즉 달러화 약세→외국인 자금유출→주가하락 심화→외국인 자금유출 가속화→달러화 약세 심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엔론사태가 미 증시에 대한 우려감을 높이는 점 역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저널은 일부 유럽계 투자자들이 불투명한 회계관행이 만연한 미 증시보다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자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미 증시에 대한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을 크지 않게 보고 있다.
조셉 퀸란은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아직 유럽이나 일본이 미국을 대신할 만큼 시장 역량이 부족하고 올들어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우는 시장규모가 작고 변동이 크기 때문에 미 증시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