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파업 안 한다던 약속 어디갔나

민주노총이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파업 이유는 노동자들의 복리후생 증진 같은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한미 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치파업을 자제하겠다던 민주노총이 결국 정치파업을 결행한 것이다. 투쟁의 이유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석행 위원장은 “한미 FTA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예속으로 새로운 식민지 체제를 구축하려는 수단“이라며 “노동자를 재앙에서 구하기 위해 총력투쟁에 나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미 FTA는 미국 의회조차 협정이 불리하게 됐다며 재협상을 요구, 다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나 국민 여론조사 결과 한미 FTA로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노총에 소속된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FTA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이 총력투쟁을 벌이기로 한 것은 비정규직 보호 등 정부ㆍ재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갈수록 느슨해지는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야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책임있고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명분 없는 파업은 조합원은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민주노총의 총력투쟁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노조원들은 이익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번 파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을 과감히 철회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대화가 중요하다. 제조업에 3년 내 고용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부와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며 정부ㆍ재계 등과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위원장과 민주노총은 초심으로 돌아가 식상한 정치파업보다 진정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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