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엄청난 개혁의 변화를 실감했다. 특히 환란의 극복과 경제개혁 과정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 했다. 비효율 고비용 부조리 구조를 혁파하고 새 틀을 짜는 것이었다. 금융 기업 공공부문 노사개혁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의 핵으로 지목된 은행과 재벌이 재편되면서 불사의 신화가 깨졌다. 외환 보유액이 500억달러 넘게 쌓이고,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금리와 환율이 안정되면서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위기관리 능력과 경제 성적표는 합격점을 메겨도 과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또 한번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파국의 위기는 일단 면했다고 하지만 동아시아의 중심국이 되고 선진국 대열에 가기까지는 아직 멀고 험난하다. 그 고비는 올해가 될 것이다. 대외 환경도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뿐아니라 대내적으로도 노사불안, 정치불안, 지역감정과 갈등관계가 심상치않아 경제의 발목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대통령이 제시한 올해 국정과제는 적절하다. 특히 정치안정과 개혁은 2년째의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경제회생의 발목을 걸어온 정치행태와 정치체제에 대한 염증과 불신은 극에 이르러 있다. 정치안정 없이 경제 안정도 없다. 정치 개혁 없이 경제 개혁의 성공과 정착도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역사가 보여주는 엄연한 사실이다. 지역 감정과 대결은 망국적인 현상이다. 정치 뿐아니라 경제발전에 해악이 될 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개혁은 초년도에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취임 2년째를 맞은 국민의 정부가 제대로 약속한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를 뛰어넘어야 할 책임이 지워져 있다. 지난 1년에 보여주었던 리더십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올해도 유효한 기회다. IMF는 더 없는 고통이고 시련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없는 개혁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다. 겨우 한숨 돌린 정도를 가지고 벌써 장밋빛 장래를 말하고 성공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지지도나 인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개혁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의식개혁 정신혁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부문의 개혁보다 어렵고 더딜 것이다. 그래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기초질서를 다지는 일부터 차근차근 다져가야 한다. 출발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의식개혁이 제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성숙된 정치, 안정된 사회,탄탄한 경제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