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제금융안 부결 쇼크] 정부 긴박했던 하루

靑, 미 구제금융 부결로 부처 긴급호출<br>관련 부처 국·과장등 '릴레이 회동'<br>증시 마감후에도 위기시스템 가동

‘위기상황 발생, 긴급회의 소집.’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오전6시 청와대로부터 긴급 전문을 받았다. 오전8시30분에 청와대 서별관에서 차관급 주재로 금융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연다는 것. 같은 시각 청와대 메시지는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과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에게도 전달됐다. 정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화요일마다 관계부처 차관급이 모여 금융시장을 논의해왔으나 30일에는 회의를 갖지 않기로 했다. 미 정부와 상ㆍ하원이 엊그제 구제금융에 대해 잠정 합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3시 미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 처리되자 청와대는 이날 오전6시를 기해 긴급 비상령을 발동했다. 재정부ㆍ금융위ㆍ한은 등은 청와대로부터 메시지를 접수함과 동시에 관련 국ㆍ과장을 긴급 소집했다. 오전7시30분 이 부위원장 집무실에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국ㆍ과장들이 참석하는 위기대응회의가 열렸다. 탁자에는 컨틴전시 플랜을 기록한 대외비가 놓여 있었다. 토론이 이어졌고 일부 참석자는 ‘심각한 위기다. 증시 개장시간을 늦춰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시30분에는 청와대에서 차관급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컨틴전시 플랜을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했다. 회의 결과가 해당 부처로 전해지면서 금융위는 8시40분 내일(1일)부터 ▦전 종목에 대해 주식 공매도 한시적 금지 ▦자사주 1일 매입한도 1%에서 10%로 상향 조정 등의 대책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달러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필요하면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섰다. 차관급 회의 이후 10시에는 한승수 총리 주재로 경제 관련 장관들이 참석하는 ‘긴급 금융상황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시장안정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후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11시45분에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대응책을 소개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달러를 투입하겠다. 정부도 비관적 상황을 예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불안에 대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후에도 정부 대응은 계속됐다. 금융위는 계획에 없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해 주식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을 논의, 통과시켰다. 주식ㆍ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한나라당과 정부는 당초 10월2일로 예정됐던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를 이날 오후2시30분으로 앞당겨 시장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ㆍ정ㆍ청은 회의에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대책, 가용 외환보유액 등을 논의하며 공격적인 위기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식시장 마감 이후에도 위기 시스템은 계속 가동됐다. 오후5시30분께 정부는 재정부ㆍ금융위ㆍ한은 등의 국장급으로 ‘합동실무대책반’ 회의를 열어 오늘 시장상황과 10월1일 시장을 논의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 시간으로) 1일 새벽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상황별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정리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쟁터나 다름없었다”며 긴박했던 30일 하루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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