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 생산국보다 수입국이 이익?

거품붕괴후 값하락 계속… 태국·필리핀 '울고' 호주는 '웃고''첨단기술 제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보다 사서 쓰는 나라가 이익' 정보통신(IT) 산업의 거품 붕괴 이후 제품 단가가 계속 낮아짐에 따라 기술 혁명에 따른 대부분의 이득이 IT 수입국에 돌아가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SWJ)이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수출국보다 이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들이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호주를 들었다. 호주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 이 나라는 정작 실리콘 밸리와 같은 대규모 IT 생산 단지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최첨단 장비들을 수입,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 바코드 인식기나 재고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한 덕분에 호주 도매 업체들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이 같은 사례 중 하나. 또 보안관련 장비들을 대거 수입, 호주의 전자 상거래 부문이 미국 등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얻게 됐다. 반면 IT 생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일랜드나 필리핀의 경우 최근 IT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국가 경제 전반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는 케이스. 특히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 주식시장 전체에 끼친 악영향 또한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 마커스 해커는 이 같은 상황을 19세기 섬유산업에 견주어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전세계 면화 생산의 상당량이 영국에 집중, 그 중 절반이 해외로 수출됐었다"며 "수요 감소 등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결국 이에 따른 혜택은 면화를 수입하는 나라들에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말했다. 물론 하이테크 장비들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무조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IT투자 뿐 아니라 국내 수요가 활발한 경우는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기 때문. 신문은 이에 따라 국가들의 IT 관련 순위를 집계할 경우 해당 국가의 제품 생산 규모뿐 아니라 IT 관련 지출규모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타이, 필리핀 등 IT 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비교적 가난한 나라들이 제품 가격하락에 따른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이를 수입해 쓰는 부유한 나라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것은 이 같은 현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윤혜경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