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넘치는 돈의 딜레마 해법은?] <4> 풍요속의 빈곤

회사채시장 무너져 '돈 쪼들림' 심화될듯<br>주식 호황으로 시장 죽어 하반기엔 발행 지장 우려<br>日·中등 경쟁국 설비투자 따라잡기 위해 투자자금 필요<br>사모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현금 풍부"는 착시 분석


[넘치는 돈의 딜레마 해법은?] 풍요속의 빈곤 회사채시장 무너져 '돈 쪼들림' 심화될듯주식 호황으로 시장 죽어 하반기엔 발행 지장 우려日·中등 경쟁국 설비투자 따라잡기 위해 투자자금 필요"현금 풍부는 착시" 지적…은행 사모사채로 조달도 난관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현재 증권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할지 여부다.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저가 발행에 대한 법원의 불법 판결로 취약성을 드러낸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의 설비투자를 위해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며 회사채 발행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회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한국의 대표 기업도 내부유보 자금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돈 빌리기가 쉬워지면서 일본ㆍ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 공세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현금이 풍부하다는 것이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에 국한된 현상인데다 대다수 기업들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외면하면서도 속으로는 은행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증시 호황으로 주가 관리 비용은 늘어나고 올 하반기 10조원으로 예상되는 회사채 발행을 받아줄 유통시장은 죽을 쑤고 있어 대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현금 쪼들린다=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10대 그룹(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기준)의 현금성 자산은 24조8,4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1% 줄면서 3년 만에 감소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2ㆍ4분기 들어 중국 등 해외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내수보다는 해외를 겨냥한 설비투자가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기업의 현금보유 증가가 일부 재벌의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현금보유액은 12조5,656억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4.6%에 달한다. 더구나 앞으로 돈 쓸 곳이 늘면서 대다수 기업들의 '돈 쪼들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은행 대출을 갚고 회사채를 순상환해 자금사정이 넉넉한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은행 사모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회사채는 5,000억원 순상환했지만 은행 사모사채 발행은 16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은행 사모사채에 대해 출연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올 1~4월 은행 사모사채는 2,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사모사채 증가액을 감안하면 올해 공모 회사채시장으로 돌아오는 자금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시 호황의 그림자=문제는 증시 호황의 여파로 채권형 펀드의 환매가 급증하면서 회사채 유통시장이 거의 무너졌다는 점이다. 한때 2조원에 이르던 회사채 투자펀드 규모는 최근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회사채시장의 핵심 고리인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의 시장점유율은 14.2%에서 지난해 말 6.3%로 떨어졌다. 올 하반기 회사채 발행이 급증할 경우 신용 위험이 낮은 기업의 채권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거나 회사채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늘어나 해당 기업이 자금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2005년 4ㆍ4분기 발행채권이 자산운용사에서 소화되지 못해 우량한 모 캐피털사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은행채를 쏟아내면서 최근 'BBB'는 물론 'A'와 'AA'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확대된 바 있다. 최근 주가 급등은 M&A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 원화 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마당에 자사주 취득 및 배당 등을 통한 주가 관리 비용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금을 빨아들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6/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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