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실시되는 각종 임금 정책이 정부의 미숙한 운영과 관리 감독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체불 근로자들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임금채권보장제도`와 건설근로자들을 위한 `퇴직공제제도`등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기금의 적립 액만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되는 기금의 적립액은 급증하는 반면 실제 지급액은 상당히 저조한 실정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근로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임금지원 대책을 펼쳐 기본적인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운용되는 임금채권보장제도= 회사가 도산됨으로 인해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떼이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임금보장채권기금의 적립액이 지난해 말 현재 3,102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은 629억원으로 기금 조성액의 2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지난 9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급률이 99년에 15%였다가 2001년에는 30%를 기록하는 등 지급률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임금보장채권기금을 안정성에 우위를 두고 너무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며 “기금의 본래 목적이 영세근로자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것 인 만큼 적립액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근로복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자금을 타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국정감사 등에서도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근로자의 도산 신청기한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
▲사업이 `도산과정`에 있는 경우에도 도산으로 인정
▲지급대상 근로자 확대 등을 통해 자격조건을 완화한다고 이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연간 4,000명이 140억원의 자금지원을 추가적으로 지급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급 조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안정 위주`로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부는 올해 예상 적립액 3,130여억원 가운데 778억원 정도만 지급할 계획으로 실제 지급률은 올해와 비슷한 20%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홀히 관리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 이 제도는 건설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퇴직금제도다. 근로자가 1년간 퇴직공제에 가입한 사업장(국가ㆍ지자체 등 발주 사업)에서 252일 이상 근무하다 퇴직하면 퇴직공제부금을 지급 받을 수 있게 된다. 비용은 국가ㆍ지자체 등에서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이 제도로 인한 지원 액수는 적립액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99년에는 퇴직공제부금이 73억원이 적립되었지만 이중 지급액은 200만원에 불과했고 지난 2000년도에도 339억원의 적립액 가운데 5억 1,200만원만 지급됐다. 지난해 말에도 1,218억원의 적립액 가운데 실제 지급액은 52억6,800만원으로 지급률은 4.3%에 불과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퇴직공제제도에 대한 의무가입과 공제부금 납부 등 현장에서의 지도 감독 등이 이뤄지지 않고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서 지급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올 7월부터는 지방노동관서에서 건설근로자 퇴직금공제제도 이행여부에 대해 지도 감독하고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