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PC大戰 파장] 시장점유율 경쟁 "이익보다 생존부터"

'순익은 중요치 않다. 무조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라'.생존을 건 무한경쟁이란 공습경보가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PC) 업계에 내려졌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급성장을 지속해온 세계 PC시장이 올해 제자리걸음 내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체간 경쟁이 '우선 살고 보자'는 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의 경쟁구도는 후발 업체들이 선발업체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벌이는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 선발업체들이 경쟁업체들에 대한 초토화를 선언하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무조건 팔고 보자 매년 시장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며 팽창시대만을 경험해온 PC업체들이 제자리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생존게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지난달 18일 올 1ㆍ4분기 미국 내 PC판매가 사상처음으로 감소, 판매가 3.5%나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했던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의 판매도 예상보다 저조, 세계시장 성장률마저 3.5%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93년 데이터퀘스트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실적으로,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붕괴 등이 PC업체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7년간 부동의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했던 컴팩의 충격은 더욱 컸다. 델에 세계 1위의 왕관을 내주는 동시에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 내 판매가 1년만에 17.9%나 줄어들었기 때문. 마이클 카펠라스 컴팩 회장이 지난 3일 직접, '가격전쟁'의 포문을 연 것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카펠라스 회장은 범용 PC서버, 저장장치, 기업용 제품 등을 중심으로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히고 "남들이 생각하는 이상의 것을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독특한 마케팅방식으로 무한질주를 벌이고 있는 델 역시 컴팩의 밀어붙이기에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톰 메레디스 수석부사장은 지난 2월 전직원의 4%인 1,700명을 감원한데 이어, 추가감원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면 "어떤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며 어렵게 빼앗은 1위 자리를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델은 지난 1분기 세계 PC판매가 34.3%나 늘어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달리는 말에 더 채찍을 가한다'는 식으로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 전문가들은 IBM, 휴렛패커드(HP), NEC, 애플 등 후발주자들의 경우 PC업계 재편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내 PC 생산을 포기한 일본 도시바(東芝)나 PC사업부문을 매각한 미 마이크론일렉트로닉스처럼 시장전략을 완전히 다시 짜는 업체들도 속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PC시장은 당분간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양상을 보이며 점입가경의 경쟁구도를 연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출혈경쟁 지속될 듯 최근 PC업체들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순익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레디스 델 수석부사장은 "최근 PC생산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이 통산 20일정도에서 3월 이후 최고 29일까지 연장됐다"며 "특히 유통업체들이 떠안은 재고가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포추나 메릴린치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PC업체들의 재고수준이 25일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는 가격경쟁이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쟁이 첨예화하면서 PC업체의 투자등급도 하락하고 있다. 돈 영 UBS 워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날 델의 투자등급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조정하고 2ㆍ4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0.83달러에서 0.74달러로 떨어뜨렸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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