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 나들이] BMW 뉴760Li 제동·선회능력 탁월…안정적 핸들링 자랑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막 동터오는 새벽무렵의 고속도로만큼 운전자를 명상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어둠에 잠겼던 사물들이 햇살을 받아 조금씩 오롯해질 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투수의 강속구를 비웃을 만큼 빠르게 공간을 가르고 있다. 하지만 가속패달을 밟을수록 주위는 오히려 더 고요해질 뿐이다. BMW의 최고급 세단인 뉴760Li(사진)의 짜릿한 맛을 느끼는 순간이다. BMW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뉴760Li는 동급의 모델보다 차체가 140mm정도 더 길어져 가뜩이나 큰 몸체가 더욱 웅장해졌다. 뒷자석 공간도 더욱 넉넉해져 어지간한 리무진들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정도다. 거대해진 몸체와 각종 첨단장치가 어우러지면서 차량 무게는 무려 2.5톤에 달하게 됐지만 배기량 6,000cc급의 엔진은 육중한 몸체를 바람처럼 가볍게 밀어낸다. 비결은 직분사 방식(DOHC)의 V형 12기통 6.0X엔진. 양산차로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괴물의 심장을 얹어놓은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불과 5.6초만에 시속 100㎞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가속 패달에 조금 더 힘을 줘 봤다. 탄력을 받은 차체가 마치 무중력속을 관성만으로 달리듯 고속의 영역으로 쑥 미끄러진다. 조금 더 달려볼까 하는 마음에 속도를 내보았으나 갑자기 등장한 도로 굴곡에 브레이크 패달로 발을 옮기며 핸들을 틀었다. 마침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기에 행여 아침잠을 깨우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룸 미러에 비친 두분의 표정은 마냥 편안하기만 하다. 고속주행에서 돌발상황이었지만 제동력이나 선회능력이 과연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이런 급커브를 만나면 누구나 BMW 특유의 묵직한 조향감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업체마다 독특한 승차감을 얻기 위해 차량의 반응속도와 조향감에 조금씩 차이를 두기 마련이지만 BMW 모델들은 가장 정확하면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을 자랑하고 있다. BMW시리즈가 유독 베스트셀러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처럼 안정적인 주행 덕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난 탓인지 고속도로가 갑자기 번잡해졌다. 국도로 접어드니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굴곡도 많았지만 바닥의 충격이나 선회하더라도 쏠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차체 설계시 기본적으로 무게 배분이 절묘하게 이뤄진 데다 첨단 ARS(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덕분에 흔들림을 최소한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설 연휴기간을 맞아 원주에서 서울까지의 4시간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BMW 뉴 760Li가 지난해 부산 APEC 정상회의때 왜 VIP 영전용 차량으로 선택됐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입력시간 : 2006/01/31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