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T 전문경영인 양성하자

국내총생산(GDP)의 15%, 전체 수출의 30%. 정보기술(IT) 산업이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굳이 이 같은 수치들이 아니더라도 이제 IT 산업이 한국 산업의 핵심 성장엔진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IT 인프라 부문에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3,700만명, 인터넷 사용자 수는 3,500만명에 이른다. 3가구 가운데 2가구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에 IT지식 결합' 중요 하지만 한국 IT 산업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지난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IT839사업의 81개 세부기술이 대부분 선진국에 비해 2∼4년 뒤떨어져 있다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IT 산업 분야에서 BRICs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추격이다. 특히 IT 인재 부문에서 인도의 성장세는 무섭다. 현재 인도에서는 IT 관련 대학과 학원 등이 2,500여개에 달하고 매해 16만4,000여명의 IT 관련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IT 인력이 15만~20만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년 우리나라 전체에 달하는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세계적인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앞으로 3~4년 안에 인도에서 3,000명의 인력을 추가 고용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IT 인재 부문에서 인도의 상승은 IT 강국인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IT 인재 양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 인재 양성에 대한 논의는 IT를 여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IT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물론 기술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 IT가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IT가 세계경제의 핵심적인 산업으로 성장한 데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IT 기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전문경영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없는 MS사나 스티븐 잡스가 없는 애플, 그리고 가까이는 이기태 사장이 없는 삼성전자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한때 최고의 IT 기업으로 불리던 IBM의 PC사업 부문이 중국 기업에 넘어간 것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한국의 IT 산업은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적인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때 기술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도 중요하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한국 IT 산업의 수준을 좀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IT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세계경제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는 IT 전문경영인의 양성이 더욱 필요하다. ‘1,000명의 군사를 얻기는 쉬워도 한 명의 장수를 얻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유능한 경영자를 양성하고 그 사람을 얻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뉴욕주립대 테크노MBA과정이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경영정보MBA 등이 국내에서 IT 전문경영인들을 키워내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보통신 강국의 면모를 다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국내 교육기관들도 IT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련 교육과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21세기에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IT 지식과 경영마인드를 결합한 IT 전문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야말로 제2, 제3의 빌 게이츠나 이기태 사장 같은 전문경영인들을 통해 다시 한번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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