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정당 후보자 4명이 3일 첫 TV 토론전을 치렀다.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민주노동당 김종철(金鍾哲) 후보는 이날 밤 KBS가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불꽃튀는 `4자 대결'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강북개발 및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 두 가지. 앞으로 10여차례 계속될 합동토론회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자리였지만 후보들은 탐색전없이 곧바로 한 치 양보도 없는 정책대결로 들어갔다.
이날 강 후보와 오 후보는 `이미지 대결'이란 시선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정책시장'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지지율이 앞서는 오 후보가 비교적 여유있고 점잖은 자세로 질문을 던졌다면, 강 후보는 오 후보를 집중 공략키로 작심한 듯 오 후보가 답변할 겨를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정책의 허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 "용산 16만가구 vs 뉴타운 50개" = 강북권 개발방안에 대한 토론에서는 강 후보의 용산신도심내 16만가구 건설과 오 후보의 강북 뉴타운 50곳 확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오 후보는 "용산 전체 가구수가 9만5천가구인데 그곳에 16만가구를 짓는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300만평에 16만가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도 "285만평의 판교부지에 2만5천가구가 들어가는데 16만가구는 어렵지 않느냐"며 "신도심 건설에 드는 45조원을 충당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입법부도 아닌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강 후보는 이에 대해 "16만가구 건설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내용으로 27평 이하 소형주택이 70%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반박하면서 "특별법 역시 정부와 서울시,시민이 참여하는 공사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에게 "현재 진행중인 26개 뉴타운 사업도 중단되다시피 했는데 50개로 늘릴 경우 사업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냐"고 역공을 가했다.
오 후보는 "뉴타운을 좀더 광역화하고 용적률을 완화해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다"며 "예산문제도 재산세나 종부세를 이용해 개발기금을 만들면 된다"고 대응했다.
김 후보는 "오피스텔까지 포함해 서울 주택보급률이 100%가 되는데도 무주택자가 600만명이나 된다"며 "서민과 원주민의 재정착 대책이 없는 뉴타운에 반대하며 1가구 1주택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립형 사립고 vs 거점별 명문고" =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토론에서는 오 후보와 박 후보가 자립형 사립고 육성을 해법으로 제시했고 강 후보는 거점별 명문고 유치 방안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답변 제한시간을 넘겨가며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데 열중하다 오 후보와 박 후보로부터 '협공'을 당했다.
박 후보는 "거점별 명문고를 육성한다 해도 학생,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교육의 기회 불균형 및 형평성 문제는 남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강 후보는 "거점별 명문고 설립이 자립형 사립고보다 현실적으로 맞는다"고 맞섰다.
오 후보가 "대대적 교육예산 확충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공사계약 발주 개선의구체적 내용이 뭐냐"고 따진 데 대해 강 후보는 "신규 사업비에서 5%만 절감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공교육 개선을 위해 정말 관심이 없었다"며 이명박(李明博) 시장에 대해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오 후보의 저서중 '교육 격차는 자신의 한계 탓일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을 거론, 교육환경의 차이를 무시한 언급이라며 해명을 요구했고, 오 후보는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온다는 원칙론을 말한 것이다. 다른 뜻깊은 부분들은 빼고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의 문호를 개방하고 강북 학생에게 쿼터제를 적용한다면 강남.북 교육 불균형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김 후보는 "금천, 중랑, 강북구 등 서민지역 교육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했다.
◇"준비된 후보 vs. 이미지 선거"
오 후보는 지지율이 거품이란 시민패널의 지적에 대해 "작년 8월 언론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부터 서울시정을 많이고민했다"며 "지지율에 거품이 있는지는 시민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바람과 이미지 선거는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면 패배한다는게 1대 지방선거때부터 나타났다"며 "바람과 이미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뽑았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3번 구속, 3번 무죄' 경력의 소유자인 박 후보가 법무장관 출신인 강 후보를 겨냥, "무고한 시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제도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데 대해 강 후보는 "세번째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법무장관이었다.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하고 싶다"면서 넘어갔다.
36세인 김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 너무 젊다는 지적을 받자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영국과 브라질의 훌륭한 도시를 만든 시장이 모두 30대였다"며 "양극화에 대한 대안은 젊은 후보만이 할 수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