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자금 용처 수사' 차질 예상

檢, 강압수사 논란 우려속 현대車 임원 기소 연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시키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던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자살함에 따라 비자금 사용처 수사로 치닫던 검찰의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5일 박씨 자살 소식을 변호인을 통해 전해 듣고 박씨를 조사했던 주임 검사와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 과정상 문제가 없었는지 경위를 파악하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특히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 자살 이후 반년 만에 중요 소환자가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한동안 잠잠했던 강압 수사 논란이 또다시 확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박씨의 자살은 검찰 수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작게 보면 현대차 양재동 본사 사옥의 신ㆍ증축과 관련된 인허가 로비 수사가 힘들어졌다. 박씨를 지렛대 삼아 현대차와 서울시간에 불거진 로비 의혹을 풀어보려던 검찰의 의도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씨가 자살한 상황에서 서울시 관련 수사를 더 이상 진행시키는 게 힘들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크게 볼 경우 비자금 사용처 수사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이달 중으로 현대차 비자금 조성 및 기업 비리 수사를 마무리짓고 사용처 수사에 급피치를 내겠다던 당초 검찰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게 됐다. 검찰이 이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임원들을 16일께 일괄기소할 방침을 돌연 바꿔 정 회장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별도로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박씨의 자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양재동 사옥 인허가 증축 의혹 규명이 힘들어지자 현대차 비자금 용처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임원들의 기소를 미루는 쪽으로 수사전략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채 기획관은 “박씨의 죽음과 현대차 임원들 기소를 미룬 것은 관련이 없다”면서도 “(이번 일이) 양재동 사옥 로비 의혹 수사에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해 박씨의 자살로 수사 일정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박 전 국장은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검찰이) 건물 증축과 관련된 종합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의 책임을 무리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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