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전성시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수학교육과의 예상 입학가능 점수는 533점 이상으로 의예과ㆍ자유전공학과ㆍ전기공학과 다음 수준이다. 고려대 수학교육과 역시 525점 이상으로 의예과ㆍ생명공학과를 이을 만큼 높은 점수대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학 관련학과는 상위권에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공학과, 건축 관련학과 등 이공계 학과들은 경제환경에 따라 유행을 많이 타는 편이다.
하지만 수학 관련학과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전후해 각 대학의 합격선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선 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수리 역량을 갖춘 금융인력 수요가 더욱 늘고 오는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인문계에도 수학 미적분 시험이 추가되면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수학의 효용성=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자연대학 수리과학부의 경쟁률은 2008년도 4.5대1에서 2009년도 4.3대1,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는 2008년도 4.3대1에서 2009년도 3.8대1를 기록했다.
‘수학’이 각광 받는 이유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ㆍ경제’ 구조에서 수학지식의 효용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온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는 ‘파생금융상품’은 고등수학의 결정체로 세계에서 이를 다룰 수 있는 학자는 200명에도 못 미친다. 박형주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21세기 미세화ㆍ복잡화 사회에서 수학의 효용성은 매우 높다”며 “수학수준이 높아지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내 최고 파생금융상품 취급능력을 갖춘 산업은행에서 관련업무를 하는 금융공학전문가 ‘퀀트’에는 수학전공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인천 가림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송승빈(이화여대 출신) 교사는 “수학전공을 한 동기들은 수학교사는 물론 금육 쪽(보험계리사ㆍ증권사)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다른 전공에 비해 진출할 곳이 많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이 당락 좌우=2012학년도부터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에 ‘미적분’이 추가되는 등 수리 출제범위가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수학I’만 출제범위에 포함됐으나 ‘수학I’ 외에 ‘미적분과 통계기본’이 새로 포함된다.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가형의 경우 수학1, 수학2,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 네 과목을 모두 필수로 치러야 한다. 현재는 수학1, 수학2만 필수고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세 과목 중 하나를 고르도록 돼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다른 과목영역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수리영역 출제범위가 늘어난데다 전반적으로 수리영역을 어렵게 출제하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대입에서 크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 등 학원밀집지역에서 논술학원들이 수리학원으로 갈아타는 현상도 거세지고 있으며 기존 수학학원들은 수학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수학 관련 교사나 강사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국제수학자대회 유치=대한수학회는 한발 더 나아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 유치를 선언했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4,000명의 세계 유수 수학자들이 모이는 이공계의 수학 올림픽으로 불린다. 김도한 대한수학회 회장은 “한국 수학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세계 10위권 밖의 한국 수학수준을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