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나리오/사업권 반납뒤 시티폰 앞날은

◎PCS 전환이냐·한통인수냐□시나리오1 PCS 전환 60만명 가입자 PCS단말기 무료지급땐 1,800억원 필요 기존업체 재원조달 큰 부담 □시나리오2 한통인수 기지국 약 60% 한통서 설치 시설 가입자 모두 인수요청 ‘남들 버린사업이다’ 반발도 「주머니 속의 공중전화」로 불리며 기대속에 등장한 시티폰(발신전용 휴대전화)이 출범 9개월만에 좌초위기에 몰리고 있다. 신규 통신사업으로서는 첫 실패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10개 지역 시티폰사업자들은 지난 4일 한국무선호출협의회(회장 김종길 나래이동통신사장)에서 모임을 갖고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으나 사업권 반납에 관한 뚜렸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시티폰 사업권의 반납은 6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와 관련된 문제여서 원만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권을 내주었던 정보통신부도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이 판단할 문제여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대책만 확실히 마련한된다면 사업권 반납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시티폰 사업자들의 사업권 반납은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사업권 반납 후에 진행될 사항을 짚어 본다. ◇시나리오 1(기존 업체들이 사후처리를 담당)=사업권을 반납한 업체들은 기존 가입자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것인가가 가장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이 시설과 가입자를 모두 인수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며 반납하는 사업을 한국통신이 선뜻 떠안기를 바랄 수도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여기서 PCS로 가입을 전환시켜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가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다른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PCS단말기를 무료로 지급하는 등 보상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최소한 1인당 30만원의 지원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를 60만명으로 계산하면 1천8백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일시에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값싼 요금 때문에 시티폰에 가입한 고객들 중 일부가 PCS로 전환하기를 거부할 경우 보상문제가 복잡해 진다.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한 각종 장비와 시설에 대한 처리문제도 고민이다. 뜯어서 수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또한 한국통신이 인수 해주기를 바라고 있을뿐이다. 그러나 한국통신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헐값에 매입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후처리를 업체 스스로 맡을 경우 시티폰 업체들은 엄청난 퇴출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될 전망이다. ◇시나리오 2(한국통신이 인수하는 경우)=한국통신은 종합통신 사업자로서의 이미지 때문에라도 시티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투자된 국내 시티폰 기지국의 약 60%를 한국통신이 설치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이를 이용하고 사용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 사업권 반납을 주장하는 업체들은 한국통신이 시설과 가입자 모두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주 통신사업자들과의 월례간담회에서 강봉균 정보통신부 장관도 이같은 방안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통신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왜 우리가 짐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내부 입장은 적어도 현시점 까지는 인수불가의 분위기가 강하다.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던 시내전화분야까지 경쟁체제로 바뀌었고 당장 내년부터 정부 출자기관으로 전환되면서 한국통신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상황에서 「남들이 버린 사업」을 떠안는 총대를 매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물론 시티폰사업이 지금처럼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들이 할거하는 양상이 아니라 단일업체가 사업을 한다면 사업성이 호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최근 「IMF사태」로 불리는 불경기 하에서는 요금이 저렴한 시티폰의 사업성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변화된 상황을 놓고 한국통신도 내심 망설이고 있는 눈치다. 이와함께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온 한국통신의 그동안의 위상에 비춰 못이기는 척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막판까지 철저히 인수거부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칼자루는 사업권 반납을 기정사실화 한 지역 시티폰 사업자들의 손을 떠났기 때문이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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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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